'선처 대상'으로 거론되는 주요 비리 기업인은 10여명이다. 26일 현재까지 604일째 수감생활 중인 최태원(54) SK그룹 회장과 18개월째 복역하고 있는 동생 최재원(51) SK그룹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건강상 이유로 보석, 형 또는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이재현(54) CJ그룹 회장과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 이선애(86·여) 전 태광그룹 상무도 특별사면을 노려볼 수 있다. 그러나 '특별사면권의 엄격한 제한'을 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이 비리 기업인들을 사면해줄지는 불투명하다.
◇특별사면·가석방 형 확정돼야 가능=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돼 수감 중인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다. 특정범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일반사면과는 다르다. 일반사면의 경우 재판을 받고 있는 범죄자들도 사면 대상이 된다.
가석방 역시 특별사면과 마찬가지로 형이 확정돼 집행에 들어간 경우를 전제로 한다. 여기에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워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된다.
최 회장 형제는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과 징역 3년6개월을 각각 확정받았으며, 가석방에 필요한 형기까지 채운 상태다. 반면 이재현 회장과 이호진 전 회장의 경우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기 때문에 특별사면을 받기 위해서는 상고를 취하해야 한다. 수감된 기간도 각각 107일, 63일에 불과해 가석방 요건에 미치지 못한다. 이호진 전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 전 상무는 징역 4년이 확정됐으므로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 7월 징역 4년을 확정받은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은 2012년 구속 기소된 이후 697일째 수감 중으로 특별사면과 가석방 요건을 모두 갖춘 상황이다.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돼 228일째 수감 중인 동생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은 징역 3년형의 3분의 1을 채우지 못해 특별사면만 가능하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등도 선고 시기와 형량, 판결 확정 여부 등에 따라 특별사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비리 기업인 풀어주기는 결국 대통령 결정=요건만 갖췄다고 특별사면·가석방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별사면의 경우 법무부 장관의 상신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뒤 대통령이 결정하게 된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대기업 지배 주주,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현재까지 단행한 특별사면은 지난 1월 서민생계형 사범에 대한 특별사면이 유일하다.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 산하의 가석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교정 성적이나 건강상태, 재범위험성 등을 심사받은 뒤 가석방 적격 판단을 받으면, 법무부 장관의 '최종 결정'을 받아볼 수 있다. "기업인도 요건만 갖추면 가석방될 수 있다"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최근 발언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황 장관은 지난해 7월 형기의 80%를 채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가석방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법무부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회 지도층 인사나 고위 공직자에 대해선 가석방을 불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기획-기업인 사면 논란] 특사? 가석방? 요건따라 다른데… 석방 열쇠는 ‘여론’
입력 2014-09-27 0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