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같은 날 화력시범… 육군 vs 공군 팽팽한 신경전

입력 2014-09-27 03:37
육군이 26일 경기도 양평 육군훈련장에서 실시한 성능 시범에서 K-2 전차가 전투사격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충남 대천사격장에서 이뤄진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의 화력 시범 훈련에서는 패트리엇(PAC-2) 미사일이 발사됐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육군과 공군이 26일 각각 화력 성능시범 훈련을 실시했다. K-2 전차, 패트리엇 미사일 등이 동원됐는데 각 군의 핵심 주력 장비가 같은 날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각 군은 통상 날짜가 겹치면 국민과 언론의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일정을 조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정 조율에 실패한 뒤 각자 스케줄대로 행사를 강행했고, 뒤에서 서로를 탓했다.

육군은 차세대 전차 K-2의 '첫 공개'에 의미를 부여했다. 육군은 "지난 7월 실전 배치돼 운용 중인 '미래 지상전의 제왕'인 K-2가 처음으로 위용을 드러냈다"고 한껏 과시했다. 경기도 양평의 육군훈련장에서 K1A1, K-2 등 전차, K-21 보병전투장갑차, 발칸포를 탑재한 장갑차 '발칸' 등을 선보였다.

공군은 충남 보령 대천사격장에서 실시한 화력 시범에서 가상 적군의 도발을 가정해 표적용 무인기를 띄운 뒤 패트리엇(PAC-2), 호크, 미스트랄 등의 지대공 유도탄을 발사했다. PAC-2 2발이 사거리 35㎞, 요격 고도 2㎞ 표적에 명중됐다.

막후에서는 일정이 겹쳐진 데 대한 '비난전'이 치열했다. 육군 관계자는 "공군이 치고 들어왔다"며 "공군 일정이 당초 지난 24일에서 미뤄졌다기에 우리와 겹치지 않게 한참 뒤로 연기해 달라고 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공군은 "24일 훈련 지역에 태풍 예보가 있어 연기됐지만 원래 24일, 26일 양일에 걸쳐 '공역 통제'를 미리 해놓았었다"고 맞받아쳤다. 국방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양군이 팽팽히 맞선 배경에는 장비 전시 문제가 있었다. 육군은 훈련 일정을 24일 개막된 육군협회 주관의 방위산업 전시회 일정에 맞춰 잡아놓았다. 해외 군 인사들에게 화력을 보여줘 방위산업체의 수출을 돕겠다는 계획이어서 훈련 날짜를 늦출 수 없다고 버텼다. 공군도 훈련 날짜에 맞춰 방공(防空) 관련 전시가 예정돼 있었다. 이전에는 육·해·공군 전시를 일원화해 실시했는데 올해는 육군이 독자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면서 각 군 사이에 경쟁이 부추겨진 측면도 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