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그중에서도 이슬람교도(무슬림)가 많은 동남아 지역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자원하거나 IS를 지지하는 세력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동남아 지역이 IS의 제2의 근거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새뮤얼 라클리어 미국 태평양사령관은 25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약 1000명의 용병이 IS에 자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퇴임을 앞두고 미 국방부에서 가진 회견에서 “인도양에서 아시아, 태평양에 이르는 지역 출신의 용병들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중동을 담당하는 중부사령부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용병의 규모가 1000명 정도로 추정되지만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국가별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이슬람 국가 출신 용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IS의 용병이 아닌 동남아 내에서 자체적으로 활동하는 친(親)IS 세력도 생겨나고 있다. 전날 트위터를 통해 인질로 붙잡고 있는 독일인 2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필리핀의 이슬람 과격단체 아부사야프는 최근 영상을 통해 IS에 충성을 맹세한 단체다. 로이터 통신은 “IS의 급진주의가 아시아에서도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징후”라며 “아시아의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남아 출신 용병들이 IS에서 활동하다 본국으로 돌아와 테러를 저지를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IS에 의한 테러 위협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신임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생포된 IS 요원들이 미국과 프랑스의 지하철 테러를 준비했었다고 이라크 정보기관에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뉴욕 경찰은 주요 지하철역의 경비를 강화했고 폭발물 탐지견도 배치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경비 강화 뒤 지하철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하철에 대한 즉각적이고 믿을 만한 위협은 없으며 안심해도 좋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라크 총리 발언이 구문(舊聞)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아랍 동맹국은 26일 4차 공습을 단행했다. 공습은 전날 3차에 이어 IS 자금줄인 시리아 동부의 유전지역 데이르에조르주에 집중됐다.
하지만 IS가 이라크 제2의 도시인 모술 지역의 한 여성 인권변호사를 ‘이슬람을 버렸다’는 이유로 도시 중심부 광장에서 공개 처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의 잔혹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엔 이라크지원단(UNAMI)에 따르면 인권변호사인 사미라 살리흐 알누아이미는 페이스북에 모술의 종교시설을 파괴하는 IS 행태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 뒤 지난 17일 자신의 집에서 남편과 자녀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IS 조직원들에게 잡혀갔다.
한편 유엔난민기구(UNHCR)는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 사태 등으로 올해 난민 수가 1990년대 발칸사태 이후 최다인 70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26일 전망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동남아, IS 자원·동조 세력 급증… ‘제2 근거지’ 우려
입력 2014-09-27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