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바뀐 규정 ‘세트제’에 발목 잡힌 한국 양궁… 男 리커브 단체 탈락 ‘충격’

입력 2014-09-27 03:20
한국 양궁대표팀의 구본찬 이승윤 오진혁(왼쪽부터)이 26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리커브 4강전에서 슛오프 끝에 패배한 뒤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강 남자 양궁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눈물을 흘렸다. ‘세트제’로 바뀐 규정에 발목을 잡혀 단체전 4강전에서 고배를 들었다. 한국 남자대표팀의 아시안게임 9연패는 좌절됐다.

26일 인천 계양아시아드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 한국과 중국의 단체전 4강전. 풀세트 4-4로 비겨 양 팀은 화살 3발로 겨루는 연장전 슛오프에 들어갔다. 한국의 마지막 선수로 나선 오진혁은 9점을 쐈다. 중국의 마지막 선수도 9점을 꽂았다. 스코어는 28대 28이 됐다. 그러나 중국 선수의 화살이 과녁 중심에 더 가까웠다.

결국 한국은 세트점수 4대 5(56-53 55-58 59-57 58-59 <연장 28-28>)로 패했다. 한국은 1982년 뉴델리 대회부터 2010년 광저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8연패를 기록했지만 안방에서 중국에 일격을 당해 9연패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리커브 단체전엔 세트제가 적용된다. 단체전 경기는 3명의 선수가 한 세트에 6발의 화살을 쏴 이기면 2점, 비기면 1점, 지면 0점을 얻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최대 4세트까지 치러지고 승점이 같으면 선수당 3발씩을 추가로 쏴 합산 점수가 높은 쪽이 이기는 슛오프에 들어간다. 한 선수가 6발씩 4엔드, 24발의 화살을 날려 총점으로 승부를 가리던 종전 방식과 다르다.

이번 대회 단체전에선 종전 방식으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세계양궁연맹(WA)의 압력 때문에 대회를 보름 앞두고 세트제로 규칙이 바뀌었다. 누적 점수로 승패를 가리면 강자에게 유리하지만 세트제에선 강자가 세트승점에서 뒤져 패배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랭킹 1위 이승윤(19·코오롱)도 개인전에서 세트제의 희생양이 됐다. 전날 열린 개인전 16강에서 용지웨이(중국)와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5대 6으로 패했다. 이승윤과 용지웨이는 5세트까지 세트 승점 5-5로 비겨 화살 한 발을 추가로 쏘아 승부를 가리는 슛오프에 들어갔다. 두 선수는 나란히 9점을 기록했지만 용지웨의 화살이 과녁의 중심에서 더 가까운 것으로 판정돼 이승윤이 탈락했다. 개인전에는 2010년 세트제가 도입돼 그해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 런던올림픽 등에 적용됐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