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어! 트램펄린이 뭐지…

입력 2014-09-27 03:37
한국 남자 트램펄린 대표팀이 이민우가 26일 인천 남동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예선전에서 화려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은 예선전 경기를 연속 촬영해 합성한 것이다. 스프링에 연결된 직사각형 망 위에 뛰어올라 다양한 묘기와 기술을 선보이는 트램펄린은 난도(D), 수행점수(E), 체공시간(T)으로 점수가 구성된다. 연합뉴스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26일 열린 남자 트램펄린 예선. 참가한 10명의 선수 중 이민우(18·전남체고)가 두 번째로 나섰다. 약간 상기된 표정의 이민우는 1차 시기에서 화려하지 않았지만 10가지 동작을 실수 없이 차례로 성공시켰다. 장내 아나운서가 "첫 번째 출전한 것 치고 상당히 잘했다"고 말하자 체육관에선 환호가 울려 퍼졌다. 이어 차상엽(22·한양대)이 무대에 올라가 차분하게 연기를 마쳤다. 1, 2차 시기 합산 결과 이민우는 8위로 결선에 턱걸이했지만 결선에서 최하위에 그쳤다. 차상엽은 결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불모지'인 트램펄린에서 '개척자'가 됐다는 자부심 때문이었다. 특히 그동안 악조건 속에서 열심히 훈련해 국제 무대에 데뷔했다는 뿌듯한 마음도 한켠에 자리했다. 이들은 한국 트램펄린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이 국제 대회 트램펄린 종목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차상엽과 이민우는 올해 2월 팀을 꾸린 뒤 3월 첫 훈련을 시작해 6개월 만에 인천에서 국제 대회 데뷔전을 치렀다. 트램펄린은 스프링에 연결한 캔버스 천 위에서 공중으로 도약해 다양한 묘기와 기술을 선보이는 체조 종목이다. 트램펄린은 이미 2000 시드니올림픽과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각각 정식 체조 종목으로 채택됐고, 중국과 일본은 이미 1990년대부터 선수를 육성해 세계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못하다. 현재 트램펄린 선수는 전국에 4∼5명뿐이다. 국가대표도 차상엽과 이민우가 전부다. 생소한 종목이다 보니 변변한 훈련장도 없다. 결국 이들은 경북 문경 국군체육부대에서 공간을 빌려 구슬땀을 흘렸다. 예산이 책정되지 않아 국가대표에게 지급하는 수당도 없어 두 선수는 식비와 교통비를 자비로 해결했다.

맏형인 차상엽은 개인적으로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이 남달랐다. 원래 기계체조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꿈을 접은 뒤 새로운 희망을 갖고 시도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차상엽은 고교 3학년 때 발목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고도 1주일 후에 전국체육대회에 출전했다. 결국 차상엽은 대학에 진학한 후 후유증으로 운동을 접어야 했다. 그러던 중 한양대 코치의 권유로 트램펄린을 시작했다.

차상엽은 "첫 국가대표여서 기분이 좋다"며 "저희 말고는 선수가 거의 없어서 열악하지만 앞으로 트램펄린이 발전할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민우는 중학교 때부터 트램펄린 국가대표가 생길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두고 있던 중 실제로 트램펄린 대표를 선발한다는 공지가 나오자 도전장을 내밀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이 바라는 목표는 소박하다. 바로 국내에 트램펄린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후 실력을 갈고 닦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정상에 서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차상엽은 "트램펄린을 동네에서 돈을 주고 타는 방방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번 기회에 트램펄린이 조금이라도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