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사면 논란] “숨통 틔워줬으면…”

입력 2014-09-27 03:53
경제인 사면론이 불거지자 재계는 반색하고 있다. 다만 개별 그룹은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사면이 확정된 것도 아니어서 숨죽이고 지켜만 보고 있다.

재계는 사면이 공식화될 경우 가장 유력한 대상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을 꼽는다.

최 회장은 1심에서 법정 구속된 뒤 지금까지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지난 23일로 600일이 넘었다. 징역 4년 확정판결을 받은 최 회장은 최근 사회적기업 관련 책을 쓰고 있다. 성경 공부도 열심이다. 다만 수감기간이 길어지면서 요통, 시력저하 등으로 건강이 다소 나빠졌다고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의무실에 가보라고 해도 괜히 건강을 핑계대는 모습으로 비치기 싫다면서 거절한다”며 “성실하게 수감생활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 회장은 건강이 극도로 악화돼 있다.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고 현재도 구속집행정지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이다. 희귀난치성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도 앓고 있다.

SK그룹과 CJ그룹은 총수 부재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미래 성장엔진 확보 등에서 위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SK그룹은 주요 계열사 실적이 나쁜 데다 대규모 인수·합병(M&A), 사업 구조개편 등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CJ그룹은 회장 구속 이후 대형 투자가 잇달아 무산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투자가 중단·보류된 규모가 4800억원에 이른다. 해외 M&A 포기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이밖에 효성그룹 조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사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이 전 회장은 재판 중 간암으로 간 절제 수술을 받았다. 지금은 보석 상태에서 간 이식수술을 위해 대기 중이다. 조 회장은 재판받는 와중에 지병인 심장부정맥이 재발해 치료받고 있다. 올해 79세 고령으로 2010년 말기 상태이던 담낭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았다. 김 회장은 지난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대표이사 등 공식적인 직함에서 모두 물러났다. 아직 건강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집행유예 기간이 끝날 때까지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없어 사면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굵직한 투자와 고용, 특히 미래 성장동력 관련 투자는 결국 총수들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라며 “정부가 숨통을 틔워준다면 더 적극적으로 경제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