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결정한 국회 본회의가 26일 열렸으나 안건 처리 없이 9분 만에 산회했다. 여야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의견 대립으로 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정 의장은 오는 30일 본회의를 재소집했다. 비록 이날 예정된 90여개 본회의 계류법안 처리는 무산됐으나 파국에 이른 것은 아니다. 당초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끝내 본회의 참석을 거부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안건을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정 의장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강수를 접었다. 새누리당이 단독국회를 강행했을 경우 법안 처리라는 소득을 얻을지 몰라도 국회 파행은 불가피했다. 그런 점에서 정 의장의 선택은 바람직했다.
정 의장의 결단으로 새정치연합은 일단 시간을 벌었다. 등원투쟁을 주장하는 새정치연합 온건파의 운신 폭도 넓어졌다. 그러나 시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정 의장의 결단은 한 번으로 족하다. 다음에도 떼법이 통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여당은 물론 국민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한국갤럽이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국회 의사일정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질문에 찬성하는 의견이 61%(반대 26%)에 이른 것만 봐도 국민의 인내는 이제 임계점에 다다랐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상 특별법 협상은 그것대로 진행하면서 국회를 정상화하는 투 트랙 전략이 정답이다. 이 달이 가기 전에 국회는 반드시 정상화돼야 한다. 그래야 그나마 국정감사와 새해 예산안 심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야당의 할 일 목록에 세월호 특별법만 있어선 안 된다.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는 야당의 존재 가치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를 포기하면서까지 특별법에 올인하는 것은 새정치연합에 하등 이로울 게 없는 자해행위다.
정 의장이 결단을 내린 이상 야당이 화답할 차례다. 정치는 국민을 향해야 한다. 국민은 거리가 아닌 국회에서 싸우는 야당을 보고 싶어 한다.
[사설] 오는 30일이 국회 정상화 마지노선이다
입력 2014-09-27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