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이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지만 가장 중요한 사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이나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서는 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25일 오후 6시20분(한국시간 26일 오전 7시20분) 유엔본부에서 만나 양국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윤 장관은 일본 자민당 정책결정기구인 정책조사회(정조회)의 고노(河野) 담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담화 발표 요구와 아사히신문의 일본군 위안부 기사 관련 오보 인정에 따른 우익 진영의 공격 등이 양국 관계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기시다 외상은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외교부는 "최근 일련의 사태 이후에도 고노 담화를 수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거듭 밝힌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시다 외상은 위안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윤 장관의 요구에 대해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기시다 외상은 양국이 정상회담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러 국제회의를 기회로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을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일 외무장관 회담에 앞서 아베 총리는 유엔본부에서 진행한 회원국 대표연설에서 "20세기에는 분쟁 상황에서 여성의 명예와 존엄이 심각하게 훼손된 역사가 있었다"면서 "분쟁 상황 속의 성폭력을 없애기 위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정작 20세기 가장 대표적인 분쟁 아래 성폭력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지난해 유엔 연설과 마찬가지로 일절 언급이 없었다. 아베 총리는 대신 일본이 유엔의 상임이사국이 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기시다 외상은 뉴욕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도 양자 회담을 가졌으나 중·일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기시다 외상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정상회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회담에 대해 "왕 부장이 일본 측의 요청에 응해 비공식 대면을 했고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짧게 발표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한·일 외교장관 만났지만… 위안부·정상회담 진전없어
입력 2014-09-27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