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권하는 CEO, 책 읽는 직장-경북 칠곡군] 책장 넘기고 소감 나누며 행정혁신 아이디어 ‘반짝’

입력 2014-09-29 03:07
‘인문학의 고장’으로 알려진 경북 칠곡군이 적극적인 책읽기운동을 펼쳐 ‘독서문화의 도시’로 불릴 날도 멀지 않았다. 사진은 매월 정기모임을 가지며 책읽기운동을 이끌고 있는 칠곡군청 독서동아리 ‘수요책사랑회’ 회원들. 칠곡군 제공

‘인문학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경북 칠곡군 직원들 얼굴에는 늘 활기가 넘친다.

이 에너지의 원천이 무엇인지는 직원들의 대화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점심식사 후 잠시 쉬는 시간,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동안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칠곡군은 인문학의 고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책에 대한 사랑도 각별하다.

“책은 마음의 휴식처이고 책 속에 답이 있다. 행정 혁신을 위해 창의적인 사고와 세상을 보는 넓은 시야가 필요한 만큼 좋은 책을 많이 읽자.” 백선기 칠곡군수가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주민과 직접 대면하는 최일선 행정인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때문에 백 군수는 직원들에게 독서를 통해 창의성과 지식의 폭을 넓히는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백 군수는 직접 직원들에게 권장도서를 추천하기도 한다.

백 군수는 독서는 희로애락의 카타르시스를 통해 일상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마음의 휴식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원천으로 이 시대 공무원들에게는 꼭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칠곡군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설문조사 결과 직원 1인당 월 평균 1.4권의 책을 읽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3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성인의 월 평균 독서량 0.8권을 훨씬 웃돈다. 이런 칠곡군청 공무원들의 독서 열풍에는 2004년 1월 16명으로 시작한 독서 동아리 ‘수요책사랑회’가 있다.

수요책사랑회는 매월 한 권의 책을 선정, 구입해 읽고 서로의 느낌을 나누는 직원 친목 모임이다.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지난 6월 퇴직한 정창호 전 세무과장은 ‘산에서 길을 묻다’라는 수필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수요책사랑회 회장인 박태자 북삼부읍장은 “처음 직원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 나왔지만 이 모임을 통해 책 읽는 즐거움과 함께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이처럼 좋은 책 읽기를 다른 분들과도 함께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칠곡군청직장협의회도 직원들이 손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현재 소장 중인 800여권의 도서를 대여해 주고 있다. 직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책에 대한 수요 조사를 통해 매년 책을 구입함으로써 꾸준히 소장 도서를 늘려 많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직장협의회 관계자는 “직원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 구입 희망도서도 다방면에 걸쳐 있어 도서 선정에 어려움도 있지만 구입 후 그 책을 대면하며 기뻐하는 동료 직원들을 볼 때면 왠지 나도 우리 직장의 독서열풍에 한몫하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뭐니뭐니해도 칠곡군 독서열풍의 가장 대표되는 곳은 왜관읍사무소다. 왜관읍사무소 직원들은 지난 1월부터 직장 내 책 읽는 분위기 확산과 창의력 증진을 통해 경쟁력 있는 조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책읽기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담당별로 희망 도서를 조사해 우선 30권의 책을 구매했으며 매주 화요일 업무 개시 전인 8시30분부터 ‘감사나눔 직원 일일 강사제’를 실시해 직원 한 명이 강사가 돼 독후감을 발표하고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중요한 정보를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직원 간 업무 소통이 원활해지고 업무능력 또한 향상되고 있다.

김종철 왜관읍장은 “독서문화가 급변하는 사회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경쟁력 있는 조직을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며 “이러한 독서문화가 지역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직원들이 앞장서서 모범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칠곡군에서도 주민들의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힘쓰고 있다. 13만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 군립도서관 3곳을 비롯해 각 마을에 작은 도서관을 운영해 주민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독서 환경을 갖추고 있다. 군립도서관에서 영유아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책에 대한 친숙함을 키우기 위해 영화관람, 독서를 병행한 ‘어린이 행복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9월 독서의 달을 맞아 ‘작가와의 대화’, 독후 체험활동인 ‘선비 방에 놀러 가세’ ‘빅북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백선기 군수는 “독서 관련 프로그램의 호응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머지않아 인문학의 고장 칠곡군에 ‘독서문화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추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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