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리 기업인 선처 원칙대로 하라

입력 2014-09-27 03:06
정부 내에서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된 기업인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자는 발언이 나왔다.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선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4일 구속된 기업인의 사면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25일 “기업인 가석방과 사면이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간에는 10월 3일 개천절에 기업인 가석방 또는 사면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돈다.

정부가 다양한 경기회복 정책을 썼음에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기업인의 투자에 기대를 하는 것 같다. 감옥에 있는 재벌 총수들을 풀어주고 대대적인 투자를 유인해보자는 것이다. 최 부총리가 “투자부진 때문에 경제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데서도 정부의 기조가 읽힌다.

기업인에 대한 처벌은 박근혜정부 들어 상당히 강화됐다.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정찰제 판결’이 사라졌다. 형집행정지·보석 허가도 과거보다 훨씬 깐깐해졌다. 박 대통령 스스로 지난 대선에서 “대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더욱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두 장관의 발언으로 기업인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사실상 바뀌는 분위기다. 사법처리 과정에서 기업인이라고 해서 혜택을 받아서도 안 되고, 불이익을 겪어서도 안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법 정신이다. 따라서 재벌 총수라고 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법률상 허용되는 선처 대상에서 제외되는 역차별도 곤란하다.

다만 관계 장관들이 슬쩍 흘려 여론을 탐색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부가 원칙대로 처리하기만 한다면 기업인 가석방이나 사면에 따른 특혜 시비가 있을 수 없다. 지레 여론을 의식해 움찔대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오히려 뭔가 꼼수를 부리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법률에 따라 엄정히 처리하면 특혜나 역차별 논란 모두 없앨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