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여성CEO 열전] (36) 럭스톤 석미성 대표

입력 2014-09-29 03:02
국내 유수의 광물 수출입·가공 업체인 럭스톤의 석미성 대표가 지난 25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신흥로의 회사 사무실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과 하나님의 도우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천=허란 인턴기자

160㎝가 채 안 되는 조그마한 체구의 그녀는 지난 10년 가까이 거의 매일 수천t의 암석과 씨름하고 있다. ㈜럭스톤 석미성(58) 대표 이야기다. 그녀는 국내 광물 수출입·가공 업체 CEO 중 유일한 여성이다. 지난 25일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신흥로의 럭스톤 사무실에서 만난 석 대표는 "하나님께서는 제 삶에 참 다양한 경험을 허락하셨다"며 말문을 열었다.


석 대표는 대학에서 광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 1979년 졸업 후 의상디자인 사업 등을 시작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10년 넘게 여러 차례 사업에 실패하면서 낙담한 가운데 하나님을 만났다. “20대 초반부터 사업을 하면서 돈에 치이고, 사람을 잃어가며 마음을 많이 다쳤어요. 지인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게 됐죠. 기댈 곳 없던 상태에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는 말씀이 귀에 쏙 들어오더군요. 예수님께서 제 마음의 짐을 져 주셨죠. 교회에 다니면서 안정을 찾았습니다.”

심기일전한 그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모색했다. 국내에 코스튬 플레이 의상이 생소했던 2000년 초 게임이나 만화 캐릭터에 나오는 코스튬 물품을 일본에서 수입해 소개했다. 이후 단순 수입을 넘어 회사를 창립하고, 직접 코스튬 의상과 장비 등을 제작해 국내외에 판매했다. 국내의 마니아들은 물론 일본의 고객들에게 입소문이 퍼졌다. “일본에서는 매년 여덟 번 정도 대규모 코스튬 플레이 행사를 하는데 한 번은 초청받아 갔더니 공항에 저희 제품을 구입했던 일본 학생 수백명이 ‘디자이너의 얼굴을 보고 싶다’며 마중을 나와 있었습니다.” 사업 영역을 확대해 무대의상 제작에도 나섰다. 국내에서는 2004∼2005년 방영된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등 다수의 드라마와 뮤지컬의 의상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명성은 쌓여 가는데 비해 얻는 경제적 이익은 적었다.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손해라는 생각이 드니 의욕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관심 있어 하던 친구에게 업체를 양도했다.

2005년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하고 있을 즈음 아버지가 운영했던 선박회사에서 경영을 맡아 달라는 요청이 왔다. 석 대표의 아버지는 그녀가 태어나기 전부터 홍콩에 회사를 설립, 한국과 홍콩을 오가며 사업체를 운영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경영을 맡아오신 삼촌까지 돌아가시면서 저와 형제들 중 누군가 회사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오빠와 3명의 자매들은 사업가의 길을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무역상품을 이송하는 일을 주로 하면서 석 대표는 자연스레 무역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적절한 아이템을 찾던 중 중국의 한 사업 파트너로부터 광물 수출입 사업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일이었지만 회사 사정도 어려워 활로가 필요했고, 평범한 아이템이 아니기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녀는 2006년 국내에 현재 회사를 설립,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은 녹록지 않았다. “철광석과 산화마그네슘 등 대부분의 천연광물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중국의 경우 정부 관료들과 친하지 않으면 채굴권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여성이 이 일을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더 무시당하기도 했죠.” 뇌물을 줘야 한다는 주변의 충고도 있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크리스천으로서 부끄러운 일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녀는 다른 방법을 택했다. 중국에 지진 혹은 홍수가 날 때마다 쌀 등 구호물품을 보냈다. 그녀의 진정성을 받아들인 관료들은 그녀에게 채굴권을 허락했다. 마그네슘과 텅스텐 등의 광물을 수천t씩 운반할 때는 그녀의 회사가 소유한 2000t급 벌크선(화물전용 선박)을 이용했다. 모든 일이 잘 풀리는 듯했다. 그러나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2000년대 후반 마그네슘 2000t을 실은 저희 배가 중국 다롄을 출발해 타국으로 가던 중 소말리아 해적에게 붙잡혔습니다. 해적으로부터 배를 돌려받고 싶으면 대표가 직접 와서 협상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직원들을 대동하고 소말리아 인근 공해상에 붙잡혀 있는 배로 갔다. “인생에서 가장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의지할 건 하나님뿐이었습니다. 제 입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셔서 해적들을 설득하고, 아무 사고 없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습니다.” 48시간 협상 끝에 석 대표는 일정 비용을 지급하고 배를 되찾았다. 털끝 하나 다친 사람이 없었다.

초반의 어려움들이 지나고 나니 이후의 길은 비교적 순탄했다. 럭스톤은 8년 새 중국의 공장 2곳을 포함, 1400여명의 직원을 둔 중견 업체로 성장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업체 중 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부천 기둥교회(고신일 목사)에 다니는 석 대표는 “젊었을 때는 하나님께 툭하면 ‘힘들다’며 떼를 썼다”며 “가만히 돌이켜보니 하나님은 제 투정을 다 받아주셨더라”고 고백했다. 그녀는 “요즘은 감사하는 기도가 절로 나온다”며 “받은 은혜를 나누고자 향후 5∼6년 안에 일선에서 물러나 가난한 나라에 병원을 짓고, 굶주린 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하며,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미성 대표 약력 △중국광업대학 의상디자인 전공 △㈜럭스톤 대표이사 △2012년 중소기업청장상 모범중소기업인 표창 수상 △'2014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유공자 포상' 중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 수상

부천=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