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고통 당뇨병 고치는 인슐린펌프 세계가 인정했다

입력 2014-09-30 03:33
전세계 수많은 당뇨환자들에게 치료의 희망을 주고 있는 최수봉 박사가 자신이 개발해 보완돼 온 인슐린펌프를 들어 보이고 있다.
노벨상을 받겠다는 비전 속에 스웨덴 스톡홀름을 찾아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최 박사.
지난 27일 불가리아에서 열린 세계인슐린펌프학회 세미나의 강연모습.
유럽동남부 불가리아에 있는 흑해연안 서니비치. 지난 25∼27일 이곳에서는 세계인슐린펌프학회 세계대회가 열려 전세계 내분비계 의사 및 의료종사자 300여명이 모여 들었다.

이 자리에서는 모임 회장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최수봉(63) 박사의 강의와 완치 사례 발표를 비롯 각 국 의사들의 토론과 강의가 계속 이어졌다. 모두들 계속 발전된 인슐린 펌프의 기능과 효과적인 사용법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며 착용에 따른 자료를 공유했다.

이 행사를 주관한 불가리아 당뇨병학회 회장 이보나(Ivona) 박사는 “인슐린 펌프는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시하는 효과적인 의료기기로 전세계 수많은 환자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불가리아가 매년 이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이 치료법이 더 많은 곳에 확산돼야 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수봉 박사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인슐린펌프 전문가다. 그것은 이 기계를 36년 전인 1979년에 세계 최초로 개발, 지금껏 이를 보완해 발전시켜 왔고 수많은 당뇨병 환자들에게 치료의 길을 터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걸리면 평생 고통을 받는다는 당뇨병. 이 당뇨병은 국내 환자가 500만명에 이르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최 박사는 “당뇨병은 결코 불치병이 아니며 완치도 가능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제가 논문에도 썼지만 인슐린펌프를 착용한 환자들은 당화혈색소가 정상으로 유지되고 췌장 베타세포기능도 회복되고 있어요. 치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착용이 빠를수록 효과가 높습니다. 한국보다 이제 세계가 먼저 이 기계를 인정하는 상황입니다.”

최 박사가 개발한 인슐린펌프는 현재 세계 60여개국에 보급돼 수출되고 있다. 이미 1999년 유럽 CE의 허가를 받아 터키에 보급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미국 FDA의 승인을 받고 본격적으로 수출의 길이 열렸다.

지금까지 세계에 나간 인슐린펌프는 대략 10만대 정도로 추산되며 가장 많은 양이 수출되는 나라는 역시 인구가 많은 중국이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의대 및 대학원을 졸업한 최 박사는 내분비 및 대사학분야를 전공한 전문의다. 그런데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식이요법을 사용해도 결국 췌장기능이 상하고 몸 여러 곳에 이상이 오는 당뇨병을 의료계가 그대로 인정하고 있는 것에 반기를 들고 그 해결법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기존치료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이었고 이 과정에서 제가 주장하는 ‘한국형 당뇨’와 ‘인슐린펌프’가 나온 것입니다. 서양인과 체질이 다른 한국인은 체지방이 적어 췌장의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져 환자 대부분이 섭취한 음식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 나갑니다. 우리가 서양인의 당뇨치료법을 답습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뇨병은 흡수된 포도당이 온 몸 세포에서 이용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게 돼 혈액에 당이 남고 혈액순환이 안돼 합병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그래서 필요한 적시에 인슐린을 공급해 줌으로 정상인과 같은 상태가 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슐린펌프의 기능이다.

“인슐린펌프가 이제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주입되는 것은 물론 수시 혈당체크 기능과 적정인슐린 계산기능, 데이터의 서버컴퓨터 저장으로 인한 처치 등 유비쿼터스시스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0년 9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5000여명의 의사들이 참석한 유럽당뇨병학회에서 인슐린펌프 사용에 따른 연구논문을 발표,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최 박사는 펌프사용 환자들을 5년간 추적한 결과 대다수의 환자들이 혈당이 정상화 되고 췌장의 인슐린분비기능이 회복됐다고 설명한다. 더 나아가 완치한 사례도 보고됐다고 밝혔다.

50대 중반의 K씨는 가족 모두가 당뇨 환자로 해외생활을 하면서 제대로 치료를 하지 않아 당뇨가 심해졌다. 망막증까지 오는 위중한 상태(540mg/dl)에서 인슐린펌프를 착용했는데 불과 1주일 만에 정상혈당이 유지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식사도 마음껏 하면서 체중도 오르고 합병증도 치료돼 날아갈 것만 같다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당뇨병은 치료가 안되는 병으로 평생 잘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 얼마든지 치료되고 완치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례가 이를 증명합니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선교열정도 남다른 최 박사는 남들이 들으면 ‘과욕’이라고 할 만한 큰 꿈을 품고 있다. 그것은 이 인슐린펌프를 통해 수많은 당뇨환자들에게 치료의 기회를 준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의학상을 받는 것이다. 노벨상을 수여하는 스웨덴 스톡홀롬 학술원 광장에 무릎을 꿇고 기도한 그를 황당하다고 할 것이지만 이는 자신의 연구와 치료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있다는 또 다른 반증이기도 하다.

인슐린펌프 치료를 더욱 연구하고 개발해 지금 보다 점점 나아지도록 노력하고 있는 최 박사는 “국내 의료계가 점점 자신의 치료방법을 수용해 주고 있는 것에 기쁘다”며 더 많은 당뇨환자들이 이 기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길 염원했다. 소신과 열정으로 달려온 최 박사는 현재 매주 목·금요일 서울 건국대병원, 화·수요일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www.dangin.co.kr/02-2030-5088,043-845-2129).

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