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시간 여행

입력 2014-09-27 03:20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2009년 6월 28일 케임브리지대학에서 파티를 열었다. 풍선으로 장식된 파티장에는 샴페인과 전채요리가 풍성하게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그 파티장에는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호킹 박사가 파티를 마친 후에야 초대장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가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 불가능하다는 자신의 추론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미래 사회에서 시간 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자신에게서 파티가 끝난 후에 초대 받았던 지인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라도 타임머신을 타고 그 파티에 참석했을 거라는 농담조의 실험이었던 것이다.

시간 여행의 모순을 설명하는 대표적 이론 중 ‘할아버지 역설’이란 게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사람이 만약에 그때까지 결혼하지 않은 자신의 할아버지를 살해하게 된다면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없다. 또한 그가 존재하지 않으면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를 살해하는 일을 저지를 수도 없다는 게 이 역설의 핵심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현재에서 미래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 우주비행사가 멀리 우주여행을 하고 다시 돌아올 경우 그는 자신이 겪었던 시간보다 좀 더 시간이 흐른 지구를 대하게 된다. 또 빛마저 빨아들이는 블랙홀 근처는 워낙 중력이 강해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상대성이론에 근거해 타임머신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양자역학의 관점에서 보면 시간 여행이 가능함은 물론 할아버지 역설도 피할 수 있다. 원인에 의해 결과가 깨지는 역설적인 결정보다는 확률이라는 분명치 않은 규칙들만 따르는 기본 입자들의 특성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양자역학적인 모델의 제안은 양자 컴퓨터의 선구자인 데이비드 도이치로부터 비롯되었는데, 최근 그의 제안이 이론적으로 옳음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간 여행의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00세 이상 된 노인들은 조선시대에서 현대의 최첨단 시대로 날아온 과거의 시간 여행자라고 할 수 있다. 또 새로 태어나는 아기들은 바로 우리 미래로 날아갈 시간 여행자들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의 인생을 10년, 20년 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꼭 해보고 싶었지만 그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일들을….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