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스크린도어에 끼어 80대 사망…승무원, 빨간불에도 그대로 출발

입력 2014-09-26 05:10 수정 2014-09-26 15:18
119구조대원들이 25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에서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할머니가 숨진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서울동작소방서 제공

80대 여성이 전동차와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숨졌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은 대중교통 이용 시 작은 사고로도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25일 오전 9시52분쯤 서울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에서 당고개행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있던 승객 이모(81·여)씨가 20m가량 열차에 끌려가다 숨졌다. 이씨는 열차 출발 직전 탑승을 시도하려다 여의치 않자 지팡이를 닫히는 문 사이로 끼어 넣었다. 이를 발견하지 못한 승무원이 그대로 열차를 운행하자 이씨는 지팡이를 잡아 빼려다 스크린도어 설비에 부딪혀 사망했다. 이 사고로 4호선 상행선 운행이 30여분간 중단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목격자 진술과 CCTV 화면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당시 승무원은 승객이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낀 것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스크린도어 개폐 상황을 알리는 모니터에는 문이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빨간불이 켜졌지만 출발 신호를 내렸다. 서울메트로 운전취급규정을 보면 승무원은 스크린도어가 모두 닫혔는지 확인 후 출발해야 한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당시 승무원이 승강장 CCTV를 통해 서울메트로 직원복과 유사한 옷을 입은 승객을 보고 해당 스크린도어가 고장나 점검 중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9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전 구간에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된 이후 승강장 투신·추락 사고는 크게 줄었지만 노약자 관련 안전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았다.

지난 7월 지하철 4호선 과천역에서 70대 노인이 만취 상태로 선로에 떨어져 열차에 치여 머리와 다리를 다쳤다. 지난해 12월에도 4호선 정부과천청사역에서 80대 노인이 열차에서 내리다 문에 발이 끼었다. 열차가 그대로 출발하면서 김씨는 스크린도어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다. 2012년 12월에도 2호선 용두역에서 60대 지체장애 여성이 전동스쿠터(전자식 휠체어)를 탄 채 성수행 열차에 오르다가 스크린도어에 끼었다. 당시 기관사는 열차 문을 강제로 닫고 출발했고 최씨는 선로에 떨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노약자들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 이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차량 진동으로 넘어져 다칠 우려가 있어 차내에서는 손잡이를 꼭 잡는 한편 객차 간 이동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 승강장에서는 반드시 안전선 안쪽에서 열차를 기다려야 하며 출발 직전 열차에 무리하게 오르는 건 금물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이번 사고가 발생해 대단히 송구스러우며 안전 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무리한 열차 승하차를 삼가는 등 시민들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