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사진)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25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 불참했다. 지난 3일 이후 22일째 ‘두문불출’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적 중요 의제가 다뤄지는 회의에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선중앙TV가 오후 8시 정규뉴스 시간 최고인민회의 개최 소식을 전하며 방송한 회의 장면의 주석단에서 김 제1비서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2012년에 집권한 이래 이번 회의 전 네 차례 열린 최고인민회의에는 모두 참석했었다.
이번 불참은 최근 건강 이상으로 인한 치료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김 제1비서는 7월에는 오른쪽 다리를, 8월 말엔 왼쪽 다리를 저는 모습이 북한 매체에 공개된 바 있다. 이달 들어선 지난 3일 모란봉악단 음악회 관람을 끝으로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6월엔 16일간, 7월엔 21일간, 8월엔 15일간 북한 각지를 돌며 군부대와 공장 등을 시찰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달 들어 김 제1비서의 7∼8월 현지지도를 ‘삼복철 강행군’으로 치켜세우며 건강 이상에 대한 소문을 무마하려는 듯한 보도 행태를 보였다.
다리를 저는 것과 관련해 과체중으로 인한 관절 손상, 당뇨 합병증일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일각에선 심각한 상태가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제1비서의 다리 문제 때문에 최근 러시아 의료진이 방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많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의에서는 주요 의제를 다루지 않았다”며 “굳이 김 제1비서가 참석할 만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최고인민회의가 한 해에 두 차례 열리는 경우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회의에 불참한 적이 있었다. 이번 회의도 지난 4월에 이어 두 번째였다.
김 제1비서가 불참하면서 회의 내용도 싱거웠다.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됐다. 지난 5월 군 총정치국장에 오른데 이어 국방위 부위원장까지 꿰차 김정은 체제의 ‘실세’임을 확인했다. 또 현영철 군 총참모장과 이병철 항공 및 반항공군사령부 사령관도 국방위원에 올랐다. 특히 과거 공군사령관이 국방위원을 맡은 전례가 없었던 점에서 북한이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 전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룡해 노동당 비서와 장정남 전 인민무력부장은 이날 회의에서 ‘직무변동에 따라’ 국방위 부위원장과 위원에서 해임됐다. 회의에선 2년 전 최고인민회의에서 채택된 12년제 의무교육제 확대 실시 등 집행 상황이 점검됐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김정은 건강 이상?… 최고인민회의 불참·22일째 두문불출
입력 2014-09-26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