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69·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실체가 모호한 시행사를 내세워 부동산개발 사업을 한다며 150억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계열사 지분 확대와 그룹 분리 등에 대비한 ‘실탄’ 마련에 나섰던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인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박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수사 대상에는 박 회장과 그룹 임원 등 4∼5명이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업계 등에 따르면 박 회장 측은 2008년 하반기 A업체를 시행사로 내세워 S건설 소유의 경기도 용인 땅 9만여㎡(2만7000여평)를 15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파트 신축 사업을 하겠다는 명목이었다. A사는 저축은행 3곳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계약금으로 150억원을 S건설에 지급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금호산업이 A사의 신용 보증을 섰다. 그러나 나머지 토지대금은 납부되지 않았으며, 매매 계약은 그 다음 해 해지됐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 측이 S건설로부터 150억원을 되돌려 받아 비자금을 만든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토지매매 계약 자체가 허위일 수 있으며, S건설 경영진이 박 회장 측과 횡령 범죄를 공모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S건설은 올 시공능력평가 70위권의 중견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A사 외부 감사보고서를 보면 A사는 2008년 6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다. 2009년부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며, 이미 ‘존속 능력에 중대한 의심이 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도 금호산업은 A사 지원을 위해 PF 대출 신용 보증은 물론 100억원가량의 자금도 단기 대여했다. A사가 2008년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2011년 모두 변제됐는데, 대신 그해 금호산업이 A사에 대여한 자금은 266억원으로 급증했다. A사는 S건설에 계약금으로 줬던 150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A사는 설립 이후 매년 매출액이 ‘0원’이었으며, 2011년 기준 총부채가 총자산을 240억원이나 초과하는 등 대형 개발 사업을 진행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 검찰이 A사를 박 회장 측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세운 유령회사라고 판단하는 이유다.
검찰은 이와 함께 금호산업이 채무 상환 능력이 없는 A사에 신용 보증을 서고 100억원대 자금을 빌려준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박 회장의 횡령·배임 규모가 300억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비자금 조성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며 “검찰 조사 결과로 결백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단독] 박삼구 회장 150억 비자금 조성 의혹
입력 2014-09-26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