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허위사실 유포 고소·고발 없어도 수사

입력 2014-09-26 04:16
검찰이 사이버허위사실 유포 전담 수사팀을 발족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 지 이틀 만에 구성된 전담수사팀의 활동이 카카오톡 등 사적인 대화까지 검증할 가능성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의 사이버전담수사팀 관계자는 25일 “포털사이트 등 공개된 인터넷 공간에서 이뤄지는 악의적인 허위 사실 유포를 적극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있을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수사가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고소·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을 모니터링해서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공개적인 사이트 등에서 공개적으로 발생하는 허위사실 유포, SNS상 (허위사실 유포) 피해자가 고소·고발한 사건 등이 직접 수사대상”이라며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허위사실 유포도 추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일각에서는 마치 카카오톡 등 메신저의 모든 대화를 들여다 볼 것처럼 말하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SNS 등 사적 공간에 대해서는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없을 뿐더러 그와 같은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전담수사팀이 꾸려진 직후 ‘카카오톡 등 개인적 내용까지 검찰에 의해 감시당할 수 있다’는 루머가 급속도로 퍼지자 나온 해명이었다. 포털사이트 등 공적 공간에 올린 허위사실을 수사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 등 사적 공간의 글은 모니터링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악의적 허위사실 때문에 피해가 크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우려되는 사안에 대해서만 수사하겠다”며 “특히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나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 가능한 SNS 게시물도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지,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인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를 어느 정도까지 인정하는지 여부 등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이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아직 모니터링하지 않고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법조계에서는 인터넷 허위사실을 적극 찾아내 명예훼손죄로 처벌하겠다는 검찰 방침이 2010년 위헌 결정으로 사라진 옛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 일명 ‘미네르바법’을 부활시키겠다는 취지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인터넷 논객이 온라인에서 정부 경제정책을 비판하다가 이 조항에 걸려 기소됐으나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았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