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자금줄 정유시설 12곳 집중 폭격

입력 2014-09-26 04:14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5개국은 24일(현지시간)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자금원 역할을 하는 정유시설을 집중 타격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미국의 서방 우방들이 국제법 논란과 IS의 보복을 우려해 시리아에서 군사작전을 꺼리는 상황에서 IS의 연계 조직은 프랑스 인질을 참수한 동영상을 공개했다.

◇IS 돈줄 끊기 위해 정유시설 타격=미국과 아랍 동맹국들이 IS가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동부 마야딘과 하사카, 아부카말의 정유시설 12곳을 공습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23일 새벽 이뤄진 첫 공습 이후 세 번째 공습으로 90분간 진행됐다. 미국이 IS의 정유시설을 집중 타격한 것은 IS가 이 시설을 이용해 하루 300∼500배럴의 석유를 생산해 하루 200만 달러(20억8000만원)를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IS는 생산된 석유를 터키 국경을 통해 밀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3차 공습으로 최소 14명의 IS 대원이 사망하고 민간인도 5명 이상 숨졌다고 주장했다.

공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IS는 물러서지 않고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서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계속했다. IS 연계 조직인 북아프리카 무장단체 ‘준드 알 칼리파’는 인질로 잡고 있는 프랑스인 에르베 구르델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서방을 압박했다.

‘프랑스 정부에 보내는 피의 메시지’라는 동영상에서 구르델은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산악 가이드인 구르델은 지난 21일 알제리의 한 산간지역을 지나다 납치됐다. 준드 알 칼리파는 22일 유튜브를 통해 프랑스가 24시간 내에 IS에 대한 군사행동을 멈추지 않을 경우 구르델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 단체는 알카에다의 북아프리카 지부 소속이었지만 최근 IS 지지를 선언했다. 독일인 2명을 억류 중인 필리핀의 IS 연계 조직인 아부사야프도 562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한 뒤 들어주지 않을 경우 1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서방 국가들은 왜 시리아 작전 참여를 꺼리나=영국과 프랑스 등은 시리아에 대한 공습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미국의 맹방인 이들이 시리아 IS 공습에 미적거리는 것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데다 자국민에 대한 보복 등의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공습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없이 이뤄져 국제법 위반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는 공습이 시리아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안보리 결의도 없었다며 유엔 헌장 42조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국민이 IS에 의해 참수된 영국은 26일 의회에서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IS에 대한 공습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유엔에서 “영국도 제몫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공습 참가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작전구역은 시리아가 아닌 이라크로 한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에서 이미 IS 공습을 단행한 프랑스의 마뉘엘 발스 총리도 “시리아에서는 IS에 대한 공습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역시 각각 F-16 전투기 6대를 이라크에 보낼 예정이지만 시리아 작전은 배제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WSJ에 “서방 국가들은 시리아 내 IS를 공격할 경우 궁극적으로 알아사드 정권을 도와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