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반군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공격으로 시리아 쿠르드족이 대탈출에 나섰다. 인근 터키로 넘어간 난민만 지난 24일까지 1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앞으로 40만명의 쿠르드족 난민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난민은 IS가 지난 16일부터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핵심 도시인 아인알아랍 공격에 나섰고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와 격전을 벌이면서 생기기 시작했다. 이라크 쿠르드족은 지난달 미군 지원에 힘입어 IS가 장악했던 모술댐을 탈환하기도 했다. 중동 갈등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쿠르드족, 그들은 누구인가.
산 외에는 친구 없는 민족
쿠르드족은 시리아 이라크 터키 이란 등지에서 주로 살고 있으며, 구소련 등 전 세계 63개국에서 디아스포라(‘이산·離散’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분포돼 있다. 전체 인구는 3000만∼3500만명으로 추정되며 주요 4개국에만 73%가 몰려 있다. 쿠르드족은 ‘나라 없는 세계 최대 민족’으로 가장 큰 ‘미전도 종족’이기도 하다. ‘지구의 미아’ ‘중동의 집시’라고 불리는 이유다.
쿠르드족은 성경에 등장하는 메대 사람(사 13:17, 단 5:31, 행 2:9)의 후예들이다. 이들은 BC 2400년 전부터 캅카스 남부의 산악지대인 쿠르디스탄이라 부르는 곳에 거주해 왔다. 3차 십자군 전쟁에 맞섰던 살라딘은 쿠르드인이다.
쿠르디스탄은 7세기 이슬람에 의해 정복되면서 9∼12세기까지 다양한 쿠르드공국의 생성과 소멸을 반복했다. 16세기에 들어오면서 오스만 제국과 사파비 제국(페르시아계) 사이의 충돌로 분할됐고 1923년 주변 4개국에 의해 다시 분할되면서 지금까지 독립에 대한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고 있다.
MVP선교회 김인애 선교사는 “쿠르드인들은 산악지대에서 살아온 데다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탄압을 받아서 ‘산 밖에는 친구가 없다’는 속담이 있다”며 “친구가 없어 슬픈 민족”이라고 말했다. 반면 쿠르드인들은 환대 정신이 뛰어나 ‘내 정수리까지도 손님들께 내어드린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쿠르드인에게 친구가 필요해
쿠르드족은 이슬람화 이전까지 조로아스터교 미트라교 등 다양한 이교신앙을 갖고 있었다. 이슬람을 받아들인 이후엔 이슬람 학자(울라마)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슬람에 대한 쿠르드인들의 개념은 신비적 성향이 강했다. 쿠르드 울라마들은 이슬람 신비주의 교단들과 연계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시대를 거치면서 정통 무슬림들이 이들을 탄압했고 그 결과 지금은 3분의 2가 수니파 무슬림이다. 이란에는 수니 쿠르드인과 시아 쿠르드인이 혼재돼 있다.
이란 쿠르드인들은 타종교 개종에 관대한 편이다. 명예살인도 없다. 가족들은 종교 때문에 싸우지 않는다. 이란 쿠르드인들은 피가 종교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기독교에 대해서도 적대적이지 않은데 이는 아르메니안 기독교인들의 영향 때문이다.
정통 무슬림의 탄압에도 쿠르드인들은 다양한 종교를 갖고 있다. ‘예지디교’의 경우는 쿠르드인만 따른다. 예지디는 악마 숭배로 악명이 높았고 조로아스터교와 마니교 수피즘과 같은 지역적 이단들의 믿음체계가 섞였다. 쿠르드족에겐 민족 전통종교인 셈이다. 그밖에 시아파 분파인 ‘알리하크’가 있으며 터키 쿠르드인 절반이 신봉하는 ‘알레비파’도 있다. 알레비파의 경우는 하루 다섯 번의 기도나 메카 순례가 없으며 라마단 금식을 지키지 않는다. 종교의식에는 여성들도 참여한다. 자연숭배 요소도 남아 있다.
터키에서 활동 중인 A선교사는 최근 MVP선교회가 주최한 쿠르드선교대회에서 “쿠르드족은 20세기가 되기까지 복음을 전하려는 어떤 선교사나 교회의 기도, 전도를 받아보지 못한 채 미전도 종족으로 남았다”며 “이제는 친구가 되어줄 크리스천의 손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IS(이슬람국가)와 싸우다 공격받고 시리아서 대탈출… 쿠르드족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14-09-27 0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