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97년 청주순복음교회에서 고등부 교사로 봉사하셨던 정법영 선생님을 찾습니다.”
2일 만난 CCM가수 ‘리셋’(36)과의 인터뷰 요지는 용서와 화해였다. 2012년까지 본명인 ‘김광현’으로 활동하다 2013년 ‘리셋’으로 이름을 바꾸고 최근 첫 앨범 ‘내 가는 길’도 발표했다. 리셋은 “정 선생님을 만나지 못해 지금껏 용서를 구하지 못했다”며 “그땐 제가 철이 없었음을 꼭 만나 사죄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 시절 리셋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시 그는 ‘문제아 김광현’이었다. 영화감독 아버지는 리셋이 태어나자마자 이혼했다. 이후 재혼과 이혼을 수차례 반복, 그에겐 5명의 새 어머니가 생겼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집을 비운 아버지는 가정생활에 소홀했다. 새 어머니들은 아버지를 향한 분노를 어린 리셋에게 쏟아냈다. 모진 학대를 받았다.
“여성 기피증, 혐오증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특히 세 번째 부인이 제 또래 딸을 데리고 오셨는데, 딸이 제 장난감을 자꾸 뺏는 겁니다. 그게 싫어서 딸을 밀쳤더니 새 어머니는 제가 해코지한다고 저를 막 때렸어요. 나중에 스피커 앞에 저를 세운 뒤 헤드셋을 씌우고 웃으라고 말하더라고요. 웃지 않으면 또 맞으니깐 시키는 대로 했지요.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나중에 아버지에게 보여주면서 ‘당신 아들이 이렇게 재미있게 잘 논다’고 말하더라고요. 얼마나 무섭고 소름이 끼쳤는지 몰라요. 그때부터 여성은 이중인격의 무서운 사람, 거짓말쟁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살았던 것 같아요.”
아홉 살 많은 형은 그런 집안 환경이 싫어 중학생 때 가출했다. 엄마들이 무서웠던 어린 리셋은 살고 싶지 않았다. 달리는 차에 뛰어들고, 옥상에서도 떨어져 봤다.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 집을 나왔다. 그러나 갈 곳이 없었던 그는 청주 시내를 배회하다 붉은색 십자가 아래 걸린 팻말을 보게 됐다. ‘고등부 동계 금식 수련회.’ 그렇게 찾아간 곳이 청주순복음교회였다.
“당시 전도사님이었던 최성구(현 부산 명륜교회) 목사님이 ‘학생은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집 나왔다고 하니깐 저를 끌어안더니 우시면서 ‘잘 왔다. 일주일 동안 같이 지내자’고 하시더라고요. 일주일 동안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찬양하고 말씀을 들었습니다. 한번은 빙 둘러앉아 기도제목을 나누는데, 제 양쪽에 두 자매가 앉았습니다. 그리고 손을 꼭 붙잡고 기도를 하는데, 친구들이 저를 위해 기도하며 울더라고요. 특히 자매들이 흘리는 눈물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누가 저를 위해 울어준 것, 따뜻하게 ‘사랑한다’고 말해준 것, 관심을 가져준 게 처음이었거든요. 여성에 대한 제 나쁜 기억이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정 선생은 ‘문제아 김광현’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던 교회학교 교사였다. 그런데 바른 길로 안내하는 선생님의 소리가 그에겐 잔소리로 들렸다. 그래서 반항했다. 그는 “교회는 다녔지만 성숙하지 못했다”며 “선생님에게 대들었고 그분을 무시했다”고 털어놓았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찬양사역의 비전을 갖게 된 그는 한세대에서 신학을 공부했다. CTS 국제복음성가대회 출전을 계기로 CCM가수로의 활동을 시작했다. 12곡을 담은 리셋 첫 앨범은 ‘길’에 초점을 맞췄다. 첫 곡 ‘내 가는 길’부터 마지막 곡 ‘내 평생에 가는 길’은 리셋되어져 가는 길과 리셋된 길, 그리고 최후 목적지인 리셋의 길을 표현한 것이다.
리셋의 사전적 의미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구 전체나 일부를 초기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리셋도 되돌리고 싶은 게 있다. 아픈 과거를 초기화하고 싶다. 예수님을 처음 만났던 그때로 돌아가 열정을 회복하고 싶다. 그에게 지금이 리셋되어져 가는 길이다. 2년 전 친어머니를 만나 화해했다. 아버지는 고향 교회를 열심히 나가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집 나간 형도 돌아와 주님을 만났다. 모두 주 안에서 리셋되자 회복을 경험했다.
기독교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예배하는 공동체 ‘엘라인’ 리더인 리셋은 하나님이 원하는 것만 노래하고 말하는 사역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대에 서면 저를 나타내고 싶은 욕심이 불쑥불쑥 생기더라고요. 세례 요한처럼 나를 낮춤으로써 그분을 높이는 행복한 사역자이고 싶습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CCM 가수 ‘리셋’, ‘리셋’했어요 삶도 신앙도…
입력 2014-10-04 0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