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현장-주요 교단 결정 사항 및 쟁점] 예장합동, 한기총 탈퇴 확정… 통합은 야간신대원 개설

입력 2014-09-26 04:22 수정 2014-09-26 14:46
예장합동 서기행 전 총회장이 25일 총회가 열린 광주 남구 광주겨자씨교회에서 한기총 탈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광주=백상현 기자
25일 열린 예장합신 총회에서 총대들이 손을 들며 각종 안건에 대한 찬반 결의를 하고 있다. 예장합신 제공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에서 25일 열린 예장통합 총회에서 한 총대가 연금재단 규정의 개정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이사야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이 '이단해제' 등을 문제 삼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서 탈퇴를 결의했다. 예장통합은 세계교회협의회(WCC)에 대한 연구조사와 야간신학대학원 설립을 결의하는 등 25일 이어진 주요 교단 총회에서는 파급력 있는 중요 안건들이 처리됐다.

◇예장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광주 남구 봉선로 광주겨자씨교회에서 열린 제99회 총회 4일째 회의에서 한기총 탈퇴를 결의했다. 총대들은 백남선 총회장이 '한기총 탈퇴와 행정보류 이후 회비납부 관련자들에 대한 사과' 헌의안을 기각시키려 하자 "한기총이 이단의 온상이 됐는데 안건을 기각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맞섰다. 탈퇴 결의에 힘을 실어준 인사는 서기행 전 총회장이었다. 서 전 총회장은 "우리 교단은 다락방과 평강제일교회를 이단이라고 했는데 한기총은 아니라고 한다"면서 "이 자리에서 탈퇴 결의를 안 하면 부끄러운 일"이라고 호소했다. 서기 권재호 목사가 '제98회 총회에서 이단문제로 행정보류를 했으며, 지난 1월 임원회에서 탈퇴를 결의했다'고 밝히자 총대들은 이견 없이 탈퇴를 결의했다.

총대들은 11개 노회가 헌의한 '가톨릭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신앙직제 통일에 대한 총회대책협의회 발족'과 'NCCK와 가톨릭의 신앙과직제일치협의회 창립과 활동에 대한 총회의 입장표명 및 대처'를 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총회는 26일 파회 전까지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총대들은 "총회 직원인 총무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임원회에서 감독이나 책임을 추궁할 근거가 없다"며 총무제도개선연구위원회를 조직하기로 했다. 다수의 노회가 헌의한 '지방 신학대학원 졸업자 강도사 고시자격 부여'와 '선거구도 개편'은 별다른 논의 없이 사실상 기각됐다. 이슬람대책위원회는 상설위원회로 환원됐고 총회회관 리모델링 등 의혹을 받고 있는 안명환 전 총회장 문제는 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해 처리키로 했다.

총대들은 당초 기후환경위원회 신설을 기각하려 했으나 백 총회장과 김관선 서울 산정현교회 목사가 "창조세계의 보전은 교회가 앞장서 해야 할 일이다" "교회가 사회사업에 앞장서야 한다"고 설득해 위원회 설치안을 통과시켰다. 남북교회교류협력위원회는 통일준비위원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위원도 재구성해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총대들은 가톨릭의 영세세례를 인정할 수 없으며, 개신교에서 다시 세례를 받아야 한다고 결정했다.

◇예장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서울 소망교회에서 열린 제99회 총회 마지막날 회의에서 총대들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연구조사위원회를 구성해 WCC가 결정한 사안을 연구하고, 통합 교단의 교리와 신앙고백에 위배되는 안이 있다면 시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북노회 노회장 최관형 장로는 "현재 WCC는 창립 당시와 달리 성경을 부인하고, 자신만의 정경을 가진 이들도 속해 있다"며 "WCC는 1997년 에큐메니컬 운동을 방해한다며 개종전도를 금지하는 결의를 하는 등 본 교단의 교리, 신앙과 다른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장로교회(PCUSA) 측에는 총회 임원회에서 서한을 보내 동성결혼과 동성결혼 주례 허가 결정에 대한 재고를 요청하기로 했다.

'가톨릭을 이단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의 연구 보고서도 받아들였다. 이대위는 보고서에서 "가톨릭도 예수 그리스도를 유일한 중재자이자 구원자로 믿는다"며 "다만 개신교와 달리 가톨릭은 마리아가 단일 중재자인 예수 그리스도와 결합해 구원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믿어 교리적으로 차이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가톨릭은 동방정교회와 대화를 시작했고, WCC도 참관하고 있다"며 "가톨릭에 대한 입장은 다르겠지만 개신교와 가톨릭이 서로 대화하고 이해를 촉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호와의 증인에 대해서는 "성경을 신비·상징·자의적으로 해석하는 등 성경 해석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며 이단으로 규정했다. 몰몬교에 대해서도 "개인의 신비적 체험과 환상에 의존하고, 영적 교만과 편협성을 지닌 이단"이라고 못 박았다.

부총회장 선거권을 총대에서 전 노회원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했던 총회임원선거조례 시행세칙 개정안은 부결됐다. 총대들은 "노회들이 담합하면 선거부정이 더 심화될 우려가 있고, 선거참여인원이 1500명에서 2만여명으로 늘어나면 더 많은 참관인과 홍보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현행대로 총대들만 선거권을 갖기로 했다.

야간신학대학원 개설안은 통과됐다. 신학교육부장 홍순화 목사는 "본 교단 성도로 의사나 변호사, 교수 등 우수한 전문가 중 신학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야간과정이 있는 타 교단 신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목사안수를 받는 사례가 많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야간신대원은 교단 산하 7개 신학교 중 원하는 곳에 한해 개설토록 하며 학생 증원 없이 배정 받은 학생 숫자 범위 내에서 야간 신학대학원 학생을 모집하기로 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 황용대 목사)=전북 부안 변산대명리조트에서 열린 제99회 총회 셋째 날 회의에서 '21세기 찬송가'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총회 실행위원회는 "매년 거액의 저작권료가 지불되는데다가 신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 쓴 곡도 많다"며 "21세기 찬송가의 사용을 중단하고 찬송가공회가 대안을 만들 것을 촉구하자"고 헌의안을 냈다. 총대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총회 양성평등위원회는 모든 교회가 여성 전도사의 정년을 만 70세로 지키자고 제안했다. 임희숙 양성평등위원장은 "총회 헌법에 '교회의 직원은 70세에 정년 은퇴하고 65세부터는 자원 은퇴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몇몇 교회는 여성 전도사에 대해 55세나 60세를 정년으로 정하고 있다"며 "교회 자체적으로 여성 전도사의 은퇴를 규정하지 않고 헌법을 따를 수 있게 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방안은 내년 총회에서 정식 헌의안으로 다뤄진다.

지난해 총회의 '뜨거운 감자'였던 레마성서연구원(레마)의 이단 여부 판단은 1년 후로 미뤘다. 기장은 지난 총회에서 2012년 4월 레마가 세운 예일교회가 경기남노회에 가입하자 적합성 여부를 총회 목회와신학연구소를 통해 따지기로 했었다. 현재 예장합동 등은 레마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목회와신학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레마에서는 개혁신앙 원리에 기초한 신앙관을 찾기 어렵다"며 "이곳과 교회적인 교류, 교단적인 관계는 단절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총대들은 "소송을 당해도 문제가 없을 만큼 치밀하게 조사해 다시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예장합신(총회장 우종휴 목사)=경기도 부천시 오정성화교회에서 열린 총회 마지막 날 회의에서 예장고신과의 교류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의했다. 하지만 교단 간 통합 추진은 중지키로 했다. 총대들은 건전한 복음주의 교단과 교류하는 것은 동의하지만 현 상황에서 교단 통합을 추진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데 뜻을 모았다. 총회 관계자는 "교단 통합은 그야말로 한 가족이 되는 것이므로 짧은 기간 준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한마음 한뜻으로 교단을 합칠 그날까지 교류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단 내에서 논란이 많았던 '임시목사 2년 시무 제도'는 관련 헌법을 수정키로 했다. 대부분 총대는 담임목사 청빙 시 임시목사로 2년간 사역하게 하는 현 제도가 목회자 부재, 교회 분열 등 여러 부작용을 낳는다는 데 공감했다.

이사야 기자, 광주·부안·부천=백상현

진삼열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