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보수혁신위원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차기 대권을 둘러싼 신경전·전초전 성격도 엿보인다. 김문수 혁신위원장은 25일 혁신위원에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임명하려다 당 최고위원들의 정면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김 위원장에 혁신위 인선 권한을 부여했던 김무성 대표가 나서서 홍 지사와 원 지사를 자문위원으로 조정했다. 김 대표와 김 위원장이 한발 물러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쉽다”면서 “내가 생각했던 혁신위 구상은 아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혁신위가 대권 주자들의 놀이터냐”=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혁신위 2차 인선안을 놓고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선제공격에 나섰다. 김 의원은 최고위원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일부에선 ‘혁신위가 차기 대권주자들의 놀이터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이 나온다”고 강수를 뒀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이후 김 위원장이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홍 지사와 원 지사 모두 과거 당의 혁신기구 위원장을 맡았고 당 대표(홍 지사)와 사무총장(원 지사)을 지낸 분들”이라며 “이들의 경험을 전수받아야 깊이 있는 혁신 논의가 가능하다”고 설득했다.
김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에서도 “저와 이인제 최고위원, 김 위원장도 도지사를 해봤지만 도지사를 하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우리 당에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면서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친박(친박근혜) 핵심인 이정현 최고위원도 “현직 도지사가 당의 혁신 테이블에 참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거들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홍·원 지사도 새누리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맞섰다.
결론이 나지 않자 김 대표가 회의 말미에 “홍·원 지사를 혁신위 자문위원으로 참여시키자”고 중재에 나섰다.
◇친박 주류·당내 세력, 도지사 잠룡들에 본격 견제 나서나=당의 최고위원들이 홍·원 지사의 혁신위 참여를 반대하며 도지사 업무를 이유로 드는 것은 표면적 명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비주류 대권 잠룡인 홍·원 지사가 대선후보 경선 문제 등을 포함한 당의 권력구조 개혁 논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친박 주류나 당내 대권 잠룡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대권 레이스의 전초전이 시작됐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 모두 잠재적 대권 후보들이다.
또 홍·원 지사가 모두 과거 주요 현안에서 소신 발언, 돌출 발언을 쏟아낸 것도 당내 반발에 한몫했다. 국회의원의 명줄이 달린 공천 개혁을 논의하는 자리에 홍·원 지사를 앉히는 게 부담스러운 것이다.
◇“최고위원들 반대 아쉽다”=김 위원장은 “김 대표와 저는 생각이 같다. 생각의 일치를 봤다”면서 “하지만 최고위원들이 안 된다고 하는데 내가 수용 안할 방법이 있느냐”고 반발했다. 또 “최고위원들의 생각에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게까지 반대할 사유인지는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나경원 의원을 비롯해 소설가 복거일씨와 문진국 전 한국노총 위원장, 김영용 전남대 교수 등 7명을 혁신위원으로 추가 선임했다. 이로써 김 위원장을 포함해 20명의 혁신위원 중 18명이 확정됐다. 김 위원장은 “나머지 두 명을 채울지, 그냥 18명으로 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與 혁신위 2차 인선안] “혁신위가 대권주자들의 놀이터냐”… 인선부터 삐그덕
입력 2014-09-26 0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