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이론에 한국경제 상황을 대입하면 ‘비민주적 분배 상태’가 나타난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지낸 숭실대 경제학과 이진순 교수의 연구 결과다. 이 교수는 “한국경제에 역동성과 낙수효과가 사라진 가운데 소득 불평등과 세습 자본주의는 심화됐다”며 소득 상위 1% 계층에 대해 50%의 소득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25일 이 교수의 ‘피케티의 자본론과 한국경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소득 중 자본소득의 비중은 여러 선진국보다 높은 상태다.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순자산(자산-부채)의 값을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2012년 말 현재 7.72배로 호주(5.90배) 캐나다(3.53배) 프랑스(6.68배) 일본(6.36배)보다 높다. 이를 두고 이 교수는 “세계 금융시장이 통합돼 자본수익률이 평준화됨을 고려하면 자본소득의 비중이 선진국보다 높다는 의미”라며 “노동 발생 소득과 달리 자본에서 나오는 소득은 부유한 소수에 집중된다”고 분석했다.
피케티 이론의 핵심인 자본수익률(r)과 경제성장률(g)의 차이(r-g)를 따져보더라도 한국경제는 최상층에 소득이 점점 집중되는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196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의 자본수익률 평균은 8.9%로 경제성장률 평균인 7.4%를 상회하며,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앞지르는 흐름은 2002년 이후 뚜렷해졌다. 한국 소득 상위 1% 계층의 소득 구성을 살펴보면 2007∼2012년 임금소득 비중은 2.8% 줄었고 이자·배당·임대소득 등 자본소득 비중은 같은 폭으로 늘었다.
이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 최상층 1%에 대해 (소득세) 50%의 ‘세율계급’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소득세 최고세율은 38%다. 이 교수는 이와 더불어 종합부동산세를 부유세로 확대 개편할 것, 재벌 부정부패와 연고주의를 고발할 정보공개를 확대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속을 받지 못하는 젊은이들은 내 집을 마련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며 “상위계층의 소득 집중이 계속되며 한국경제는 조로(早老)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평생 성장론자로 살다가 처음 분배 문제를 논문으로 쓴 것도 이러한 경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여러 통계로 볼 때 한국은 피케티 이론이 설명하는 소득 불평등 국가의 전형”이라며 “‘피케티의 논리에 한국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일부 학계의 주장을 이해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이날 자유경제 이론을 연구하는 자유경제원은 토론회를 열고 “자본에 대한 세금을 높이면 국가경제가 퇴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가 연 국회 경제특강에서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이정우 교수는 “피케티의 사상은 약자를 생각하고 재분배에 찬성한 예수, 가난한 것보다 고르지 못한 것을 걱정한 공자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비민주적인 분배 상태… 소득불평등 심각” 한국경제, 피케티 이론으로 분석해보니
입력 2014-09-26 03:40 수정 2014-09-26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