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처 관계자의 이메일을 해킹해 계좌번호 등을 바꿔치기하는 ‘나이지리아 스캠(Nigeria Scam)’에 국내 특1급 호텔이 뚫렸다. 투숙객이 지불한 수천만원의 숙박료가 호텔 계좌 대신 나이지리아인 범죄자에게 입금됐다. 카지노에서 상대방에 대한 속임수 등을 의미하는 ‘스캠(Scam)’은 신용사기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국내 유명 호텔의 예약 이메일을 해킹해 계좌 정보를 변경한 뒤 미국인 Y씨로부터 숙박대금을 편취한 나이지리아인 U씨(47)를 사기혐의로 구속하고 N씨(41)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5일 밝혔다.
U씨는 지난 4월 말 국내 한 유명 호텔이 Y씨에게 보낸 이메일을 해킹해 5월 Y씨로부터 3만1334달러(3200여만원)를 입금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호텔 측이 Y씨에게 스위트룸과 디럭스룸 등에 대한 5일치 숙박료를 이메일로 청구하자 이메일에 담긴 호텔 측 계좌번호를 N씨 명의의 계좌번호로 바꿔치기한 것이다.
2004년과 2007년 각각 입국한 U씨와 N씨는 국내 의류와 고철 등을 나이지리아 현지에 파는 무역업을 하며 알게 된 사이다. U씨는 2012년 국내에서 회사 간 무역거래 이메일을 해킹해 20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 1년을 복역하고 지난해 출소했다. 해킹은 나이지리아 현지의 공범에 의해 이뤄졌으며, 전과가 있는 U씨가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기 어려워지자 N씨가 돈을 대신 입금 받아 U씨에게 건넸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범죄조직이 거래처로 위장하는 ‘나이지리아 스캠’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나이지리아 스캠 범죄는 총 47건으로 피해액은 41억원에 달했다. 대부분 범죄는 “입금계좌가 변경됐다”는 방식으로 이용된다. 경찰은 “업무용 이메일의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꾸고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나이지리아 스캠’에 국내 특1급호텔 뚫렸다
입력 2014-09-26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