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라이더(말 타는 사람)가 몸짓과 소리로 교감합니다. 성격이 잘 맞는 짝꿍을 정하고 말과 사람이 서로 친구가 되죠. 이렇게 5년 이상 연기 호흡을 맞추다보면 자연스레 유대관계가 형성돼 무대 위에선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죠.”
23년간 말을 타온 프랑스 출신 로라 보블(28·여)씨는 지난 24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인근 빅탑시어터 마구간에서 자신의 말 올레(Ole)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라이더로 출연하는 ‘카발리아’는 말과 인체가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하모니가 돋보이는 아트 서커스. 2003년 캐나다 퀘벡에서 초연된 후 현재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와 시애틀, 스페인, 호주, 아랍에미레이트 등 전 세계 52개 도시에서 400만 관객을 만난 화제작이다.
오는 11월 국내 팬들을 만나기 전 이들의 싱가포르 투어공연을 관람했다. 공연장 백 스테이지에선 공연을 5시간 앞두고 곡예사들이 스트레칭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마구간에선 50마리의 말들이 라이더와 함께 긴장을 풀며 워밍업 시간을 가졌다. 출연자와 말 모두 2시간 30분의 공연 시간 동안 최상의 유연함과 섬세한 연기를 표현하기 위해 진지한 모습이었다.
평균나이 12세(사람으로 치면 24세)인 50마리의 말은 90cm의 작은 말 트루바도르부터 키가 170cm를 넘기는 메를린까지 출신지와 성격, 특기와 생김새가 달랐다. 매일 샤워 후 털을 손질, 마사지를 받고 10㎡짜리 각자의 방도 마련돼 있었다. 특이한 것은 모두 수컷이라는 점. 공연 담당 수의사인 사샤 노트는 “암컷이 있다면 서로 경쟁하게 된다”며 “모두 수컷이기 때문에 형제애가 끈끈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밤 공연이 열린 곳은 넓이 2440㎡, 10층 건물과 맞먹는 35m 높이의 대형 이동식 천막극장 ‘화이트 빅탑’ 시어터다. 2000여명의 관객을 맞은 공연장에선 안장 없이 말을 타는 ‘베어백 라이딩’, 말 등위에 서서 달리는 ‘로만 라이드’ 등 환상적인 승마 곡예가 펼쳐졌다. 아크로바틱, 공중 회전 기술, 텀블링 등이 공연 곳곳 곁들여졌다. 특히 여성 곡예사 두 명이 밧줄 하나에 의지에 공중을 날거나 거꾸로 매달린 채 데칼코마니와 같은 자세를 취하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무대 위로 뿌려지는 인공빗물을 스크린 삼아 그려지는 영상이 등장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광채를 내뿜는 말의 갈기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했다. 정돈된 털을 휘날리며 빠르게 공연장을 회전하고 달리는 말의 모습은 우아한 중세 귀족의 모습 같았다.
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카발리아’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서커스 공연 ‘태양의 서커스’의 공동 설립자 노만 라투렐이 연출했다. 우리나라에선 오는 11월 5일부터 12월 28일까지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잠실 종합운동장 옆에 지어질 ‘화이트 빅탑’ 시어터에서 처음 관객들을 만난다.
싱가포르=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말과 함께 하는 아트서커스 ‘카발리아’ 온다
입력 2014-09-26 0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