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제69차 유엔총회에서 북한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를 정면 제기함에 따라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이수용 북한 외무상이 27일(현지시간) 예정된 총회 기조연설에서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여 유엔에서의 ‘남북 대결’이 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23일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장관급 국제회의가 미국 주도로 유엔총회에서 사상 처음 열린데 이어 24일 박근혜 대통령까지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인권을 문제 삼으며 대북 압박에 가세했다. 억류 미국인 석방 문제를 고리로 국면 전환을 노렸던 북한이 한·미의 ‘일격’을 받고 다시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북한은 당장 한·미를 싸잡아 비난했다.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5일 우리 정부의 ‘북한 인권 대화’ 제의와 관련해 “철면피하고 가소로운 추태”라고 맹비난했다. ‘뒤가 켕긴 자들의 뒷골방 쏠라닥질(헐뜯는 짓)’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 인권대화에 대해 “어떻게 해서라도 존엄 높은 공화국의 영상(이미지)에 먹물칠을 하려는 가소로운 푸념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발생한 남측의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 세월호 참사 등을 언급하며 “오히려 인권 문제가 심각히 논의돼야 할 곳은 인민들의 초보적인 생존권마저 유린되는 오늘의 남조선”이라고 맞받았다. 또 북한 인권 고위급회의에 대해서도 “존재하지도 않는 인권 문제를 제멋대로 심리·판결·집행하겠다는 도발적인 처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자성남 북한 유엔대표부 대사는 “미국의 모략극”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무상은 총회 기조연설 때 북한 인권은 보장되고 있음을 강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박 대통령 연설 때 삽시간에 굳어지는 이 외무상의 표정이 중계 카메라를 타고 고스란히 노출됐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 등이 스페인어로 연설할 때에는 동시통역기를 착용했던 이 외무상은 박 대통령이 우리말로 하자 헤드셋을 벗고 들었다.
북한 대표단은 총회장 맨 앞줄 정중앙에 앉아 있던 터라 카메라 화면에 자주 잡혔다. 이는 총회의 좌석배치 규칙에 따른 것으로, 매년 7월 제비뽑기를 해 당첨된 국가부터 회원국의 영문 알파벳 순으로 좌석을 배치한다. 지난 7월 제비뽑기를 했고 이에 따라 맨 앞줄 왼쪽부터 쿠바 키프로스 체코 북한 순으로 자리가 결정됐다. 우리나라 대표단은 9번째 줄에 앉았다. 이 외무상은 총회가 끝난 뒤 미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러시아를 방문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유엔 총회] 한·미 일격에 北 ‘인권 반격’ 총력
입력 2014-09-26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