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뉴욕 유엔본부 방문 마지막 일정이었던 주요 외교안보 연구기관 대표 초청 간담회 연설문을 언론에 사전 배포했다 뒤늦게 취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배포된 연설문에는 ‘한국이 중국에 경도됐다는 견해는 한·미동맹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오해’ 등 대외 관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담겨 있었다.
실제 행사에서 배포된 연설문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근혜정부의 대중 접근전략 전반을 전통적인 한·미동맹 관계와 연관지어 설명하는 부분 등이 미국이나 중국 모두로부터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로 해석된다.
‘전문 취소’된 연설문에는 “우리는 중국의 부상이 국제규범에 따라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 아래 대중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한·중 및 미·중 관계에 대해 “제로섬(zero sum)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라는 언급도 있었다. “과거사의 핵심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있고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역사적 진실이자 보편적 인권에 관련된 사안”이란 대목도 있었다.
박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대미·대중 관계의 비중을 직접 비교하는 게 적절치 않고, 위안부 문제도 일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을 초청한 외교안보 연구기관은 미국외교협회(CFR), 미국외교정책협회(FPA), 미국외교정책협의회(NCAFP), 코리아소사이어티, 아시아소사이어티 등으로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수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단체들이었다.
지난 20일 출국했던 박 대통령은 캐나다 국빈방문과 유엔 행사 참석 등 닷새간의 강행군을 이어가며 수액주사(링거)까지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캐나다에 도착한 이후 줄곧 하루 2∼3시간씩 쪽잠을 잤으며, 의료진이 체력 저하를 우려해 23일 링거주사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행한 기조연설에서 ‘평화’란 단어를 22번이나 사용했다. ‘북한’(16번), ‘인권’(14번), ‘한반도’(10번), ‘통일’(6번) 등도 자주 썼다. 연설은 시간제한 때문에 상당히 빠른 템포로 진행됐다. 1991년 유엔 가입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한 것은 노태우(1991, 1992년) 김영삼(1995년) 김대중(2000년) 노무현(2005년) 이명박(2009년) 전 대통령에 이어 7번째였다.
뉴욕=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유엔 총회] ‘한국, 中에 경도 견해는 오해’ 괜한 오해살라… 언급 안했다
입력 2014-09-26 0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