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한 기장총회 수요 연합 예배

입력 2014-09-26 03:36
24일 전북 부안 변산대명리조트에서 열린 한국기독교장로회 제99회 총회 수요연합예배에서 세월호 유가족과 총대들이 손을 잡고 기도하고 있다. 기장 제공

“생명의 하나님. 저희는 이 시간 한반도의 아픔을 가지고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신음하는 소리가 하늘을 진동합니다.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으시고 불쌍히 여겨주소서.”

24일 오후 7시30분, 전북 부안 변산대명리조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제99회 총회 수요연합예배의 인도를 맡은 총회 교회와사회위원장 김경호 목사가 낮은 목소리로 기도했다. 예배에 참여한 800여명의 총대와 세월호 유가족 10명은 눈물을 흘리며 “아멘”으로 답했다.

기장은 이번 총회 수요연합예배를 ‘고난 받는 이웃과 함께 하는 예배’로 정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예배에 초청하고 ‘쌍용차 비정규직 노동자’ ‘송전탑 건설 중인 밀양·청도·군산 주민’ ‘해군기지가 세워지는 제주 강정마을 주민’ ‘내성천 댐 공사 중인 경북 영주 주민’을 위한 기도의 시간을 마련했다.

총회장에는 이들을 위한 기도소리가 울려 퍼졌다. 군산노회장 장화영 목사는 “비정규직이라는 사회의 관행 속에서 피폐해져가는 모든 노동자의 영혼을 보살펴 달라”고 간구했다. 서울남노회장 권영종 목사는 “약자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개발지상주의에 맞서 사람다움을 지키려는 이들을 기억해 달라”고 기도했다.

세월호 유가족의 증언 시간도 마련됐다. ‘예은이 엄마’ 박은희(45·안산 화정교회) 전도사는 “국가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 이를 질책할 수 있는 사람은 목회자밖에 없다”며 “여기 계신 분들이 먼저 회개하고 진실을 파헤쳐 주셔서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한신대 명예교수 김경재 목사는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복음의 자녀들은 타인의 아픔을 나누고 돌보고 살리기 위해 존재한다”며 “목사이고 장로인 우리가 이런 일에 더욱 앞장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예배 말미에는 모든 총대들이 세월호 유가족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연대를 약속했다. 이어 서로 손을 잡고 둘러서서 ‘아침이슬’을 함께 불렀다. 끝으로 “함께 손잡고 흡족한 기쁨으로 영광의 예배를 드릴 때까지 이 아픔을 세상에 드러내고 함께 나눠 가게 하소서”라며 한목소리로 기도했다.

부안=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