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상가권리금 법제화 이끈 주역] “권리금 법적 보호는 높이 평가 제2의 용산참사 막기엔 미흡”

입력 2014-09-26 04:12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정부의 상가권리금 법제화 방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김태형 선임기자

상인이 장사를 잘해서 점포의 가치가 높아지면 다음 상인은 그 점포에서 장사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상가권리금은 그 가치에 지불하는 돈이다. 임차상인의 권리여야 할 이 돈은 그동안 건물주의 권리로 탈바꿈하곤 했다. 계약기간이 끝나 건물주가 나가라 하면 권리금 받을 기회도 사라지기 일쑤다. 이렇게 권리금을 날리지 않으려면 임차상인은 건물주 앞에서 영원한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권리금이 법에 명시되지 않은 '관행'일 뿐이기 때문이다. 엄연히 실체가 존재하지만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던 이 돈을 마침내 정부가 법제화하기로 했다. 24일 발표된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임차상인에게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했다. 건물주와 상인의 '갑을' 관계를 '상생'의 관계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런 법 개정을 이끌어낸 두 주역을 국민일보가 만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국회에서 처음으로 상가권리금 법제화를 쟁점화한 정치인이다. 민 의원은 올 1월 공청회를 열며 상가권리금 문제를 이슈화한 뒤 ‘상가권리금 보호법안’을 대표발의했다. 8개월여 뒤인 24일 정부는 상가권리금 법제화 방안을 발표했다. 야당 의원이 이슈화한 쟁점을 정부·여당이 받아 법제화한 이례적인 사례다. 민 의원은 2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리금을 법적 보호 대상으로 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입법적 진전이지만 용산 참사 재발을 막기에는 부족한 법”이라고 말했다.

-상가권리금 이슈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월에 용산 참사 5주년을 맞아서 입법 발의했다. 상가권리금은 수백만 자영업자에게는 피눈물이 맺힌 문제다. 갑자기 재개발이 되거나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수십년 동안 모은 재산을 한꺼번에 날리게 된다. 지역구 김밥집·분식집 주인들을 만나 보면 권리금 못 받을까봐 한숨을 쉬면서 ‘제2의 용산 참사 난다’고 하더라. 작년 3월부터 입법화 작업에 착수했고, 마침 국민일보가 함께 기획기사를 내놓으면서 의제선정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정부안에 대해 평가해 달라.

“상가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진전이다. 이전에는 상가권리금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라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없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권리금은 산정이 어렵고 임차인끼리의 계약인데 어떻게 법제화할 수 있느냐는 이유로 법적인 돌파가 안 됐다. 그래서 권리금 자체를 보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수 기회’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논리를 구성했다.”

-정부안의 한계와 개선점은 무엇인가.

“재개발 문제로 발생한 ‘제2의 용산 참사’를 막기에는 미흡한 법이다. 용산 참사는 재개발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다가 보장을 못 받고 쫓겨난 것 아닌가. 그런데 정부안으로는 재개발·재건축 지역의 권리금이 보호되지 못한다. 재개발할 때 상인들에게 대체상가를 제공하거나 영업보상을 현실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야당 의원이 제시한 이슈에 대통령과 정부가 주목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1월에 법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2월 말에 박근혜 대통령이 권리금 법제화의 입장을 밝혔다. 상인들에게 매우 실질적인 문제이며, 수백만 자영업자의 생계가 걸린 문제다. 애초에 ‘임대인은 나쁘고 임차인은 선하다’ 식의 도덕적 접근이 아니라 가장 나쁜 사례를 막는 것부터 좁게 출발했기 때문에 정부·여당이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임성수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