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 25일 새벽,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 무대에 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던진 화두는 통일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인권 문제도 언급했다. 이번 박 대통령의 제69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한반도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을 위한 3대 원칙을 제시한 지난 3월의 드레스덴 선언과 궤를 같이한 것으로 남북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도움을 호소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통일을 대박이라고 한 대통령이 ‘통일 세일즈’ 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언어와 문화,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남과 북이 유엔에서 두 개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는 대통령 인식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비정상을 해소하기 위해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세계가 함께 나서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비정상의 분단을 끝내고 정상의 통일로 나아가는 것은 시대의 과제다. 통일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폭적 지원이 있을 때 앞당겨진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우리와 천양지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마저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 문제는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금 우리의 유일한 혈맹, 미국의 시선은 이슬람 수니파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가 준동하고 있는 중동과 러시아의 군사 개입으로 준내전 상태인 우크라이나에 쏠려 있다. 상당 기간 한반도 문제가 오바마 행정부 외교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내려면 남북이 먼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대화는 언제 재개될지 요원하고,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북측 응원단 참가 문제 하나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하면서 국제사회를 향해 손을 내미는 게 겸연쩍다. 통일은 그냥 오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통일을 얘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이를 뒷받침할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 있다. 행동이 수반되지 않은 말은 그야말로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재차 언급한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대선 공약이기도 한 DMZ 생태공원 조성 사업은 성공 필요조건인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해 2년이 다 되도록 실체 없는 허상으로만 존재한다.
대통령이 통일을 얘기하면서 북 인권을 거론한 건 자칫 남북관계에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북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 개선해야 할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으나 북한 입장에선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북한이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어떻게 해서라도 존엄 높은 공화국 영상(이미지)에 먹물칠을 하려는 가소로운 푸념질”이라고 발끈한 것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다. 진정 통일대박을 꿈꾼다면 보다 유연하게 대북 접근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사설] 朴 대통령 유엔 연설에 적잖이 공감하지만
입력 2014-09-26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