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근로자 실질임금 상승률이 0%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다. 임시직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률은 아예 마이너스다. 가계소득이 늘지 않는데 소비가 증가할 리 없고, 소비가 침체돼 있는데 경기 회복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나 다름없다.
한국은행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 2분기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실질임금은 월 평균 277만264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2분기 3.4%에서 3분기 2.5%, 4분기 2.1%, 올 1분기 1.8% 등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다. 임시직 근로자의 2분기 실질임금은 월 평균 125만3769원으로 오히려 1.4% 줄었다. 기업들이 성과급·상여금 등 특별급여 인상폭을 크게 줄인 데다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진 탓이다.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으면 내수부진→생산감소→임금정체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신규 취업자는 매달 50만∼60만명씩 늘고 있지만 임금이 오르지 않으니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임금 없는 성장’이 문제다.
관건은 가계소득을 늘려야 하는데 정부 대책이 미덥지 않다. 기업 투자와 가계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는 재정 투입과 금융 지원이라는 마중물을 쏟아붓고 있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나 기준금리 인하 등이 그 일환이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어도 하나·외환·기업·농협 등 일부 은행들은 가산금리 조정으로 대출금리를 올렸다고 한다. 금리인하 혜택이 가계에 돌아가기는커녕 은행들만 좋은 일 시키고 가계 부담은 늘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임금을 올리거나 배당을 많이 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줘 가계소득을 늘리겠다는 구상도 일부 대기업 직원들이나 대주주만 배불리게 할뿐 대다수 근로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가계 호주머니를 두둑이 채워줄 묘안을 내놔도 부족한 판에 정부는 뒤로는 담뱃세와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등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쥐어짜고 있으니 가계소비가 늘어날 리 있겠는가.
일본 정부는 올해 초부터 엔저 혜택을 입은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독려했고 도요타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16년 만에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으로 화답했다. 미국 독일 영국 호주 등 주요 국가들도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환율 정책과 법인세 감면으로 혜택을 본 우리 기업들도 임금 인상과 투자 확대로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정부는 고용의 질을 높이고 사교육비·주거비 등의 부담을 낮춰주는 정책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사설] 실질임금 게걸음해서는 경기회복 요원하다
입력 2014-09-26 0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