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경비하는 해병대원에게 우산을 들게 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당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야외 기자회견 도중 비가 오자 오바마 대통령은 두 명의 해병대원에게 우산을 받치도록 했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제복을 입은 남성 해병대원의 우산 사용을 금지한 복무규정을 대통령이 무시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번에는 이른바 ‘라테 거수경례’(사진)가 미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전용 헬기인 ‘마린 원’을 타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뉴욕으로 날아가 유엔 총회에 참석했다. 헬기가 착륙하고 나서 그는 오른손에 흰색 커피 컵을 든 채 트랩을 내려와 해병대 병사 2명이 거수경례를 하자 컵을 든 오른손을 들어 이마 근처에 갖다대는 성의 없는 답례를 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스타벅스 경례’ ‘라테 경례’라는 비아냥거림과 함께 군 최고 통수권자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 구설은 24일 정치권 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화당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자극하려 이번 해프닝을 물고 늘어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인 칼 로브는 폭스뉴스에 “아주 무례하고 몰이해한 일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해온 말이나 행동을 보면 썩 놀랍지도 않다”고 비꼬았다. 백악관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이나 미국을 위해 봉직하는 군인들을 매우 존경한다는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퇴임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유탄’을 맞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가 재임 당시 백악관에서 기르던 강아지 ‘바니’를 품에 안은 채 거수경례를 하는 사진을 올리며 맞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도 ‘별 거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월드 화제] 오바마 ‘라테 거수경례’ 논란
입력 2014-09-26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