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중국의 직업학교 학생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남서부 충칭의 직업학교에 다니는 샤오모(16)양과 같은 반 학생들은 HP 공급업체 콴타 공장에서 1주일에 6일, 하루 12시간씩 일하고 있다. 샤오양은 “지난여름 컴퓨터 공장에서 일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한다는 얘기를 듣고 일하고 있다”면서 “야간 근무 때는 피곤해서 거의 졸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현행법은 학생 인턴의 근무 시간은 하루 8시간을 넘을 수 없고 야간 근무는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또 전공과 관련된 업무에만 인턴으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법이 지켜지는 곳은 거의 없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충칭 지역에는 HP를 비롯해 애플, 에이서, 도시바 등에 납품하는 협력 업체 공장들이 들어와 있다.
중국 교육부는 2010년 직업학교가 노동력이 부족한 기업에 학생들을 보내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학생인턴제도를 공식 승인했다. 인턴은 학교 사정에 따라 3개월에서 1년까지 가능하며 학생들은 이 기간 등교를 안 해도 된다. 현재 매년 최소 800만명의 학생들이 인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직업학교 인턴 제도가 생긴 것은 노동력 부족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해안 지역에 위치한 기업들은 이주 노동자로 인력을 충당해 왔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는 해안에서 내륙 지역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전자제품 조립 공장들이 대거 내륙으로 이전하면서 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충칭시의 최저 임금은 상하이와 같은 해안 지역의 3분의 2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로 인해 이주 노동자들은 충칭 등 내륙 지역으로 다시 ‘이주’하지 않으면서 부족한 노동력을 학생 인턴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WSJ는 “HP와 애플 등 메이저 브랜드들이 인턴을 합리적으로 활용하고 노동법을 준수하기 위해 협력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한다고 주장하지만 노동법 위반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노동 착취 당하는 中 직업학교 학생들
입력 2014-09-26 0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