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와 날씨] 풍향·풍속 양호… 전투기 발진 이상무! 365일 날씨와의 전쟁

입력 2014-09-27 03:12
충남 계룡대 공군기상단 작전기상상황실에서 지난 24일 예보관들이 육·해·공군의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위성과 레이더 등을 통해 들어온 기상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24시간 쉼 없이 가동되는 이곳에서는 날씨와의 전쟁이 매일 벌어진다. 기상 정보는 군의 작전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공군기상단 제공
충남 계룡대 공군기상단 옥상에서 지난 24일 예보관들이 가을 하늘을 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공군기상단 제공
중앙기상부장 기균도 대령이 예보작성 회의에서 관련 지시를 하고 있다. 공군기상단 제공
“오늘 계룡대 날씨는 쾌청함. 국군의 날 예행연습에 전혀 문제 없음.” “이어도 상공 구름 분포 2/8(쾌청).” “25일 일본열도 남쪽과 태평양 북쪽 구간 기상이상 없을 것으로 분석돼 레드플래그(한·미 연합항공훈련) 항로는 유지해도 될 것으로 보임.”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 정문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공군기상단 작전기상상황실은 24시간 가동된다. 특히 매일 오전 6시 공군을 비롯해 각 군에 보내는 기상예보를 작성하느라 연중 내내 ‘날씨와의 전쟁’을 벌인다. 전국 17개 비행기지 기상대와 15곳의 기상파견대에서 보내오는 실시간 정보를 비롯해 기상위성, 24시간 가동되는 기상레이더, 미 공군 기상국에서 들어오는 기상 정보들이 표시되는 10여개 모니터와 슈퍼컴퓨터의 수치예보 자료들을 살펴보는 예보관들은 숨소리조차 긴장돼 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기상 판단을 해야 하는 압박감으로 예보작성 시 기상상황실은 팽팽한 긴장이 흐른다. 기상조건에 따라 훈련 실시 여부를 넘어 훈련의 성패도 좌우된다. 특히 항공 작전의 경우 바람 방향과 풍속의 작은 차이에도 전투기 이착륙 환경이 크게 달라진다. 때문에 바람의 움직임에 대해선 360도를 기준으로 10도 단위로, 풍향은 5노트(2.5m/s) 단위까지 예보하고 있다.

26년간 기상 업무를 수행해온 김한홍(45) 준위는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하늘의 뜻을 알아내는 것만큼 어렵다”며 “예보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를 놓고 매일 씨름한다”고 말했다.

공군기상단은 전군에 유일한 기상전문 부대다. 전문 예보관 30명을 포함해 전체 인원이 280명에 불과하지만 공군의 모든 훈련, 작전은 물론 육군 포병훈련과 해군, 해병대 등 전군에 필수적인 기상정보와 ‘국군의 날’ ‘서울에어쇼’ 등 주요 행사 개최 여부를 좌우하는 날씨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 22일 방문한 작전기상상황실에서는 공군 정례 훈련을 위한 각 비행기지 및 이동경로에 대한 기상상황과 국군의 날 예행연습을 위한 계룡대와 인근 지역에 대한 정밀 기상 관측이 이뤄지고 있었다. 특히 기상단원들이 예의주시한 사안은 10월 6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레드플래그 훈련에 참석하는 KF-16의 이동경로였다.

6대가 출발해 4대의 미군 공중급유기로부터 11차례 급유를 받는 훈련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이라 기상 조건이 최상으로 유지돼야 한다. 구름이 많거나 난류가 조성되면 급유 작업이 어려워진다. 이미 수차례 항로입력 자료를 통해 KF-16 전투기들이 통과할 구간의 기상을 확인해 놓았지만 돌발적인 기상악화 상황에 대비해 최종 이륙 전까지 수시로 재점검하는 과정이다. 이륙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비행시간인 25일 새벽 2시부터 낮 12시까지 꼬박 항적을 들여다보던 기상단원들은 KF-16이 알래스카 앨리슨 공군기지에 도착한 뒤에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이렇듯 항공작전이 시작되면 기상요원들은 초긴장 상태가 된다. 작전 돌입 전에 이상이 없는지 수차례 확인해 작전에 들어갔어도 도중 기상이변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아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갑작스레 변하는 날씨로 인해 기상요원들을 원망하는 조종사들도 적지 않다. 최근 한·미 기상정보 협조를 위해 미 국방부를 방문했던 기상단장 이창훈(53·공사 32기) 대령은 “미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도 기상요원들을 미워한다고 해 함께 웃었다”고 말했다.

계룡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