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와 날씨] 국방TV ‘일기예보’ 진행 김종환 중위 “1호 현역 군인 기상캐스터 부담 크지만 자부심”

입력 2014-09-27 03:19
‘첫 현역 군인 기상캐스터’ 김종환 중위가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국방홍보원 2층 스튜디오에서 기상예보를 녹화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이제 좀 익숙해진 것 같은데 익숙해지니까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국방홍보원 2층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종환(28) 중위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 중위는 한국 방송 사상 ‘첫 현역 군인 기상캐스터’다. 공군기상단 연합기상대대 소속으로 6월 23일부터 매주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오후 6시 국방TV를 통해 방송되는 국방뉴스의 마지막 코너 ‘일기예보’를 진행하고 있다.

김 중위의 일기예보는 일반 매체가 진행하는 기상예보와 달리 작전기상예보다. 지상·항공·해상작전에 필요한 시정(앞이 보이는 정도), 운고(구름의 가장 높은 부분), 바람, 파고와 같은 정보가 전달된다. 김 중위는 “태풍의 영향으로 봠봠 지역에는 악(惡)기상이어서 작전에 제한이 있겠습니다”는 등의 멘트를 날린다.

첫 현역 기상캐스터라 아직도 부담이 크다고 했다. 김 중위는 “공군기상단의 이미지와 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늘 모자란 것 같다”고 했다. 방송 시작 전 기상정보를 담은 컴퓨터그래픽을 꼼꼼히 점검하고 조용한 곳에서 대본을 읽고 또 읽는다. 학사장교인 김 중위는 2012년 12월 임관했다. 대학 전공은 연극과 영어다. 기상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 성적이 좋아 특기를 먼저 정할 수 있었지만 기상 분야가 희소해서 택했단다.

하지만 선택은 고생과 직결됐다. 영시(英詩)를 낭독하던 청년이 ‘열역학’이나 ‘유체역학’ ‘물리학’을 하자니 머리에서 쥐가 날 정도였다. 그래도 자신의 예보가 맞으면 너무 좋다. 초창기에는 틀리는 날이 더 많았다. 그 때문에 작전에 차질을 본 간부들로부터 욕을 먹는 것은 물론 병사들로부터도 한마디씩 듣곤 했다. “비가 온다고 하더니, 안 오네요.”

김 중위는 “미사일을 비롯한 무장장비는 함부로 거론하기 힘들지만, 날씨는 누구나 한마디씩 거들 수 있는 거 같다”면서 “동네북 같기는 해도 항공작전 시 그 어느 사항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기상장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초보 기상캐스터답지 않게 그의 진행은 능숙해 보였다. 입대 전 마술사로 활동하고 또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무대 기획자로 활동한 경험이 있어서다. 김 중위의 현재 소망은 기상캐스터로서의 전문성을 좀 더 갖추고 싶은 것이다. 그는 “기상 캐스팅에 대한 전문교육을 받을 기회를 찾고 있다”며 “군의 전문성과 생활 밀착형 대중성을 지닌 기상캐스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