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글로벌 현안을 차례차례 언급하면서도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 유엔 연설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외교정책 기조로 선언했던 ‘아시아 중시(Pivot to Asia)’는 온 데 간 데 없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만했다.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주안점을 둔 이슈는 중동 문제였다. 그 다음으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러시아에 대한 경고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IS 대응과 관련해 “무고한 사람이 참수되는 끔찍한 동영상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면서 “미국은 광범위한 국제연합 전선과 더불어 이 죽음의 네트워크를 반드시 해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전 세계 40여개국이 동참 의사를 밝혔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더 많은 국제사회가 우리의 이런 IS 격퇴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주목할 점은 현재 교착상태인 이란 핵 협상을 언급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이란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세계에 확인시키고, 미국은 이란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해법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S 격퇴 전략에 올인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중동의 맹주인 이란과의 군사적 협력이 필요하다.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인 핵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조한 또 다른 현안은 우크라이나 사태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야기한) 러시아가 전후질서를 흔들고 있다.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순위에서 북한 핵 등 한반도 이슈는 한참 뒤로 밀려나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면서 “IS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긴박한 현안이 잇따르는데 미국이 한반도 상황 변화를 주도할 외교·정치적 자원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유일하게 언급한 것은 역내 분쟁 방지라는 맥락에서였다. 해상충돌 예방 법규를 준수하고 국제법에 따라 영유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주변국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지만 힘이 실리지는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유엔 총회] 오바마 연설에 한반도는 없었다
입력 2014-09-26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