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4일 상고심 제도 개선 공청회를 통해 ‘상고법원’의 구체적인 모습을 공개했다. 핵심은 급증하는 상고사건 중 사회적·법률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을 상고법원에서 처리토록 한다는 것이다. 상고법원이 일반 권리구제 사건 심판을 도맡게 되면 대법원은 정책법원의 원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우리나라는 당사자가 원하면 누구나 대법원에까지 상고할 수 있다. 1994년 1만2604건이던 상고사건은 지난해 3만6100건으로 세 배 가까이 폭증했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2명의 대법관이 1인당 연간 3000여건을 처리한 셈이다. 대법관 한 사람이 매달 250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법관 수에 비해 너무나 많은 사건이 몰리면서 법령 해석 통일이나 사회적 중요 사건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대법원의 본래 기능이 약해졌다. 대법원은 지난 30년에 걸쳐 고등법원 내 상고심사부를 두거나 별도의 상고법원 설치, 대법관 증원 등의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 이렇다 할 개선 방안을 찾지 못했던 대법원이 이번에 상고법원 설치를 최종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쟁점은 대법원이 아닌 상고법원의 최종심이 ‘삼세판’을 원하는 국민의 법 감정을 충족할지 여부다. 상고법원이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국민의 법 감정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헌법상 최고법원은 대법원인데 국민이 상고법원을 최고법원처럼 받아들이고 판결에 쉽게 승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누구는 상고법원 재판으로 끝나고, 누구는 대법원 재판을 받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상고법원 판사들도 대법관에 버금가는 실력과 인품을 갖춘 인물로 배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상고 건수가 급증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하급심 판결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상고법원도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1, 2심 재판을 꾸준히 내실화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법원이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설] 상고심 수요 과잉시대의 상고법원 전제 조건
입력 2014-09-26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