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기계체조 여자 도마 시상식. 금메달을 목에 걸고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선수는 북한 체조요정 홍은정(25)이었다. 하지만 관중의 눈길을 사로잡은 선수는 그녀 옆에 서 있던 한 아줌마였다. 바로 우즈베키스탄의 백전노장 옥사나 추소비티나(39)였다.
추소비티나는 여자 기계체조 도마에서 거의 스무 살이나 어린 선수들과 경쟁해 당당히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나이로 불혹인 추소비티나는 여전히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해 관중의 탄성을 자아냈다.
추소비티나의 체조 인생은 파란만장하다. 1975년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난 그녀는 1982년 체조에 입문했다. 13세에 소련선수권 주니어부문을 평정하며 소련 대표팀에 들어갔다. 1991년 구 소련이 해체된 이후 첫 올림픽이었던 1992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선 독립국가연합 소속으로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땄다. 그녀의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독립국가연합 단일팀이 해체되자 추소비티나는 조국인 우즈베키스탄을 선택했다. 그녀는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활약했다. 이후 독일 국기를 달고 각종 대회에 출전했다. 그 사연은 이렇다. 추소비티나는 1994 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의 레슬링 선수 바크호디르 쿠르바노프와 결혼을 아들을 얻었다. 그런데 아들이 급성 림프성 백혈병을 앓았다.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그녀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추소비티나는 2003년 아들의 치료를 위해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은 아들의 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독일의 대표선수를 제안했다. 제안을 받아들인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다른 어머니들도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다시 큰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아들이 먼저니까요.”
추소비티나는 2006년 독일 대표선수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땄다. 33세였던 2008 베이징올림픽에선 독일 대표로 나서 은메달(도마)을 따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2009년 은퇴를 선언했던 그녀는 2010년 복귀해 런던올림픽에 독일 대표로 나섰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다. 그녀는 독립국가연합, 우즈베키스탄, 독일 유니폼을 입고 6차례(1992·1996·2000·2004·2008·2012) 올림픽에 출전했다. 아시안게임엔 히로시마, 방콕, 부산 대회에 우즈베키스탄 대표로 출전했다. 특히 부산 대회에선 도마와 마루운동에서 금메달, 개인종합과 평균대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등 최고의 기량을 과시했다.
여자 기계체조의 살아 있는 전설인 추소비티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7번째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꿈이다”고 환하게 웃었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천의 ★! 그대-⑫ 최고령 체조선수 우즈벡 추소비티나] 불혹의 엄마, 백혈병 아들 위해 銀 땄다
입력 2014-09-26 0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