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부르는 ‘블랙홀’ 2400m 빌딩도 짓는다… 세계는 지금 ‘마천루’ 경쟁

입력 2014-09-26 03:43
세계최대 크기 롯데월드 영화관 스크린.
서울 송파구 잠실에 건설 중인 초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가 저층부 상업시설 조기 개장을 앞두고 있다. 롯데 측은 하루라도 빨리 문을 열고 싶어 하지만 서울시가 임시 사용 승인을 차일피일 미뤄 애를 태우고 있다. 2016년 말 완공 예정인 롯데월드타워는 공사 시작 전부터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초고층 빌딩이란 랜드마크(Land Mark)가 생기는데다 이를 둘러싼 경제적 이익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2롯데월드가 문을 열면 어떤 경제적 효과가 뒤따를까.

관광객·돈을 부르는 초고층 랜드마크

세계적 규모의 초고층 빌딩은 각국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블랙홀이다. 미적 완성도 등에 따라선 한 도시, 한 나라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2010년 지상 163층, 828m 높이로 세워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가 대표적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종종 등장한 덕이 크겠지만 '두바이' 하면 하늘을 찌르는 부르즈 칼리파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런 건물은 실제로 얼마나 돈이 될까.

초고층 빌딩을 보러온 관광객이라고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가진 않는다. 밥 먹고 커피도 마시고 쇼핑도 한다. 웬만큼 가까운 지역에서 온 게 아니라면 숙박은 불가피하다. 이래저래 돈을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싱가포르의 초고층 빌딩 마리나 베이 샌즈는 2012년 58억 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냈다. 지상 57층, 200m 높이의 이 빌딩이 문을 연 2010년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보다 20.2%(196만명) 증가했다. 2007년 1029만명에서 2009년 968만명으로 감소하던 외국인 관광객이 이듬해 1164만명으로 늘었다. 건물 하나가 기울어가던 일국의 관광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운 셈이다.

대만 역시 101층, 508m 높이의 타이베이 101이 세워진 뒤 관광객이 급증했다. 2003년 225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타이베이 101 완공 4년 뒤인 2008년 385만명으로 71%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45% 증가했다.

말레이시아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앞당기는 데는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88층·452m)의 공이 컸다 1998년 완공된 이 건물은 2004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이었다. 말레이시아를 찾은 외국인은 98년 556만명에서 2002년 1329만명으로 4년 만에 139% 늘었다. 2012년에는 약 2500만명이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191억 달러를 쓰고 갔다.

일본 도쿄의 스카이 트리(634m)는 2012년 5월 개장 당일에만 22만명을 끌어 모았다. 이후 1년간 스카이트리 타운에는 5080만명이 방문했다. 350m 높이의 전망대 '덴보데키'에 올라간 사람만 638만명에 달했다. 홍콩은 2010년 108층, 484m 높이의 국제상업센터(ICC) 완공과 함께 관광객 3000만명을 돌파했다. 2009년 2960만명이던 외국인 관광객은 이듬해 3603만명으로 21.8% 늘었다.



제2롯데월드 경제효과 7조원 예상

황금알을 낳는 초고층 랜드마크를 짓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중국 브로드그룹은 지난해부터 후난성 창사에 220층, 838m짜리 스카이시티를 올리는 중이다. 쿠웨이트와 사우디아라비아, 두바이에서도 각각 부르즈 무바라크 알카비르(1001m), 킹덤타워(1600m), 나킬타워(1490m)·시티타워(2400m) 등이 바벨탑처럼 앞 다퉈 하늘로 치솟고 있다.

롯데가 123층, 555m 높이로 건설 중인 롯데월드타워는 완공 시점인 2016년 세계에서 6번째로 높은 초고층 빌딩이 될 전망이다. 롯데는 롯데월드타워를 주축으로 한 제2롯데월드를 '일단 방문하면 모든 활동이 가능한' 복합단지로 설계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명품백화점과 아시아 최대 규모의 롯데면세점, 서울에서 가장 큰 아쿠아리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크기의 화면을 가진 영화관 등이 들어선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가 해외 초고층 랜드마크에 버금가는 관광지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가 톰 크루즈 주연 영화 '미션 임파서블4'에 등장해 유명해진 것처럼 롯데월드타워가 국내외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인기를 끌 것이란 기대도 크다.

저층부 3개동이 개장하면 6000여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롯데월드타워 완공 후엔 상시 고용인구가 2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지난해 충남 천안시가 창출한 일자리가 1만835개였다. 제2롯데월드의 연간 일자리 창출규모가 웬만한 중소도시를 능가하는 셈이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 개발사업이 완료되면 생산 유발 및 경제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잠실 지역이 세계적 관광명소로 거듭나면 주변 지역 상권이 활성화하고 부동산 자산가치가 오르는 등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연간 25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해 3000억원의 관광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