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로 여의도에 새로 입성한 국회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정에서도 여야의 속사정을 엿볼 수 있다. 압승한 새누리당은 상임위도 전략적으로 배치해 승자의 여유가 묻어난 반면,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상임위 배치에서도 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새누리당은 불모지였던 전남 순천·곡성에서 기적적으로 승리한 이정현 의원을 상임위 배치에서 특별히 배려했다. 새누리당은 이 의원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노른자’ 상임위로 알려진 산자위와 예결위에 배치했다. 호남에 ‘예산 폭탄’을 약속한 이 의원의 공약을 당 차원에서 지원하기 위한 전략이다. 수원 공군비행장 이전 문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미경 의원은 국방위로 배치받았고, 나경원 의원도 희망대로 외통위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논란 끝에 광주로 공천했던 권은희 의원을 경찰 경력과는 무관한 국방위에 배치했다. 권 의원은 경찰청을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안행위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행위에 야당 몫이 없어 국방위로 배치됐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사무총장으로 7·30재보선 공천을 지휘했던 주승용 의원이 안행위인 점을 들어 주 의원이 사·보임을 해서라도 권 의원을 배려하는 게 좋지 않았겠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26일 “아무리 선거 패배로 지도부가 교체되는 상황이었지만 ‘권은희’로 재보선을 치른 당이 권 의원을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안행위에 갈 경우 경찰 수뇌부와 갈등했던 권 의원의 의정활동이 혹여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상임위로 돌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농해수위를 희망했던 이개호 의원도 논란 끝에 미방위에 배정됐다. 새정치연합에서는 농해수위에 호남 의원이 이미 대거 배치돼 더 이상 정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이 지난달 1일 재보선 당선 의원 11명의 상임위를 확정 발표한 반면 새정치연합은 교통정리가 늦어진 탓인지 같은 달 5일에야 의원 4명의 상임위를 정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국회 상임위 배정의 정치학] 7·30 재보선 입성 의원들은
입력 2014-09-27 03: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