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박했던 시리아 IS 공습 배경] 美 “호라산 그룹의 대규모 서방 공격 임박했었다”

입력 2014-09-25 05:12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시작한 미국이 주 공격 대상인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외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테러단체를 빈번히 거론하고 있다. 9·11테러를 저지른 알카에다의 시리아 내 분파인 ‘호라산(Khorasan)그룹’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으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에서 호라산그룹을 “노련한 알카에다 조직원들”이라고 지칭하며 미국 단독으로 이들의 근거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들이 서방에 대한 테러공격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고 판단해 별도 공습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메이빌 합동참모본부 작전국장은 “호라산은 서방과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준비했고 거의 마지막 단계에 있었다”고 말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미국 또는 유럽을 겨냥한 호라산의 공격은 정말로 임박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지난 14일 정보기관을 인용해 호라산이 예멘의 폭탄 제조 전문가와 공모해 미국 항공기 테러를 노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호라산그룹의 정확한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규모와 결성 시기도 명확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여타 무장단체와는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리아 정부를 타도하거나 독자적인 정부를 세우려는 IS와 달리 서방에 대한 공격을 최우선시한다.

한편 공습 과정에서 이 그룹의 지도자 무흐신 알파들리(33·사진)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미 당국이 확인에 나섰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현지시간)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정보 당국이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알파들리의 사망을 시사하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쿠웨이트계인 알파들리는 9·11테러 당시 20세밖에 안 됐지만 사전에 오사마 빈라덴으로부터 테러 계획을 귀띔받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미 국무부는 ‘알카에다 내 선임 조력자이자 뛰어난 테러자금 조달자’로 부르며 2012년 그의 소재지 정보 제공자에게 현상금 700만 달러(73억원)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런 가운데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IS 거점을 공습한 뒤 미국 내 자생적 테러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른바 ‘외로운 늑대’라는 알카에다나 IS의 선동에 동조하는 자생 테러리스트의 준동이 현실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시리아 내 IS를 이틀째 공습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군은 전날 밤과 오늘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 테러리스트들을 여러 종류의 폭격기와 무인기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두 차례 공습으로 남서부 데이르에즈조르 등지에서 장갑차 2대를 파괴했고 이라크 바그다드 북서쪽에서도 IS 장갑차 1대를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24일 새벽 이라크 접경 도시 알부카말과 주변에 다섯 차례 공습이 이뤄졌고 강한 폭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알부카말은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 지역의 도시로 IS가 이라크에서 노획한 무기 등을 들여오는 전략적 요충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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