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일 관계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며 일본 정부를 압박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 유엔 무대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것은 박 대통령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선언했다. 또 “대한민국이 분쟁지역에서 고난을 겪고 있는 여성과 아동들의 인도주의적 피해를 방지하는데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런 취지에서 작년 2월 유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분쟁 하 민간인 보호에 대한 고위급 공개토의’를 개최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시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진 않았지만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sex violence)’이라는 언급을 한 것은 외교관례상 최고 수준의 강도 높은 표현으로 인식된다. 다자회의에서 국가간의 양자 현안은 언급되지 않는 게 관행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위안부를 보편적 여성 인권과 결부시키고, 성폭력 역시 반인도적 행위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압박했다. 청와대는 연설문 작성 막바지까지 위안부 관련 표현을 어느 수준으로 할지 검토하다 ‘성폭력’ 단어를 집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 유린’, 또는 ‘침해’보다는 한층 강한 수준의 표현이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유엔 데뷔 무대에서 거론한 것 자체가 일본 정부의 그릇된 역사인식이 한·일 관계 개선의 직접적 걸림돌이 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인식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선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성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다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양국 정부의 고위급 채널이 가동되는 상황을 감안해 박 대통령이 일본 정부를 자극할 만한 표현은 자제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남혁상 기자
[朴대통령 첫 유엔총회 연설] 유엔 무대에서도 日에 ‘위안부 해결’ 압박
입력 2014-09-25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