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검객’ 남현희(33·성남시청)가 펜싱 여자 플뢰레 단체전에서 아시안게임 5연패 위업의 선봉에 섰다.
남현희를 비롯해 전희숙(30·서울시청) 오하나(29·성남시청) 김미나(27·인천 중구청)로 구성된 대표팀은 24일 경기도 고양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32대 27로 제압, 1998년 방콕대회 이후 5회 연속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2002년 부산대회부터 4회 연속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남현희는 2006년과 2010년 개인전 우승을 포함,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21일 개인전에서 우승한 전희숙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남현희는 17개월 된 딸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일군 금메달이어서 감격이 더했다. 남현희는 20년간의 선수 생활에 따른 반복적인 훈련으로 무릎 연골이 심하게 상했고, 전방십자인대도 손상을 입어 밤마다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선수촌으로 돌아가려는 엄마에게 딸이 “가지 말라. 안아 달라”고 말할 때는 수차례 은퇴 유혹도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하며 전성기에 버금가는 세계랭킹 14위로 끌어올린 뒤 이번 대회 단체전 우승의 주역이 됐다. 이날 결승전에서 남현희는 선봉과 마지막 9번을 맡았다. 남현희는 1라운드에서 3-1로 리드를 잡으며 분위기를 한국 쪽으로 끌어왔고,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9라운드 종료 4초 전에도 득점타를 따내는 등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1%에 불과한 확률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한 남현희는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향해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어 열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구본길(25) 김정환(31) 오은석(31·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원우영(32·서울메트로)으로 짜인 한국이 중국에 대역전극을 펼치고 올라온 이란에 45대 25로 승리, 2002년 부산대회 이후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구본길은 개인전에 이어 2관왕에 합류했다.
이로써 12종목 경기가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서 8번째 금메달을 따낸 한국 펜싱은 2010 광저우대회(금 7개)를 능가하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한국은 25일 에페 여자단체와 플뢰레 남자단체전에서 마지막 금메달에 도전한다.
고양=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엄마가 해냈어!” 울어버린 남현희
입력 2014-09-25 0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