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23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주재로 열린 ‘북한인권 고위급회의’를 통해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됐다. 이에 따라 실제로 북한 내부의 인권개선 조치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인권 문제가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 차원의 새로운 개입 이슈이자 장기적으로 ‘북한 민주주의’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 인권, 서방사회의 새로운 ‘개입 이슈’로 부상=북한 인권에 대한 심각성은 그동안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원회) 등 비정부기구(NGO)들을 중심으로 지적돼 왔다. 이른바 ‘NGO 이슈’에 그쳐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고, 북한이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서부터 북한의 인권 상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라 국제사회 전체가 다각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미국의 이번 회의 주재 이전에도 이달 초 강석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유럽을 방문했을 때 유럽 각국들이 예외 없이 북한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인권 이슈가 핵에 이어 국제사회의 새로운 대북(對北) 압박정책으로 떠오르면서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압박이 느리게나마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24일 “우리도 과거 앰네스티한테 인권 개선 요구를 여러 차례 받은 뒤 실제로 인권이 개선됐고 다른 나라도 비슷한 전례가 많다”며 “북한도 어떻게든 개선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도 국제사회가 정치범과 장기수 등이 수용돼 있는 테헤란 소재 에빈교도소 등에서의 인권탄압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자 일부 인사를 석방하는 등 개선된 조치를 내놓으며 ‘성의’를 보인 바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단시일 내 국제사회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적다. 당장 북한 유엔대표부는 전날 회의에 대해 “일부의 주장을 마치 국제적인 의사인 것처럼 하는 것은 미국의 모략극”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일각에서는 인권과 민주주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여서 인권에 대한 압박이 장기적으로는 ‘북한 민주주의’ 바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 민주주의를 염두에 두고 인권 이슈를 다루지는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지향하는 한반도 통일은 민주주의적 질서를 꿈꾸는 것이어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향후 압박 프로세스 어떻게 되나=고위급회의 등을 통해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EU와 일본이 다음달 초 유엔총회에 상정할 북한인권 결의안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회원국들이 회람한 뒤 이의가 없으면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 논의를 거쳐 12월 중순 총회에 정식 상정된다. 하지만 초안이나 최종 결의안에 일부 인권단체들의 요구대로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이름까지 명시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엔 전문가는 “인권에 자유로운 나라가 거의 없어 특정국의 통치권자 이름까지 결의안에 포함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또 북한 인권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과 관련해서도 “중국 등의 거부권을 감안하면 개연성이 희박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이슈분석-국제사회 ‘北 인권문제’ 잇단 거론… 배경은] 北 아킬레스건 공략… 내부 개선 조치 이어질까
입력 2014-09-25 0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