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이동통신사 지원금과 단말기 제조사 판매장려금을 각각 따로 공시하는 보조금 분리공시제는 하부 고시에서 제외돼 이통사와 제조사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보조금 상한선은 기존보다 소폭 오른 30만원으로 정해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단통법에서 분리공시제를 제외키로 결정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전체회의를 열고 단통법 고시에서 분리공시 조항을 삭제하라는 규개위의 권고를 일단 받아들이기로 했다.
규개위가 분리공시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한 것은 상위법인 단통법과 하부 고시에 포함되는 분리공시제가 서로 상충된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단통법 12조는 이동통신사업자가 휴대전화 단말기의 판매량 및 출고가, 이통사 지원금, 단말기 제조사의 판매장려금 등에 대한 자료를 정부에 제출하되 제조사별 판매장려금 규모를 알 수 있도록 자료가 작성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대외적으로 공개해선 안 된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그간 분리공시제 도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 보조금 출처가 드러나면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통업계도 이를 찬성했다. 단통법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고객은 이통사로부터 지원금을 받거나 지원금 액수에 따른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지급하는 지원금 규모를 알 수 있어야 고객들이 실제로 혜택을 찾아갈 수 있다. 분리공시는 제조사와 이통사 중 누가 불법 보조금을 살포했는지 가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사 측은 “분리공시제를 도입하면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단통법 조항에 위배되며, 판매장려금을 공개할 경우 마케팅 비용 등 영업비밀이 노출된다”고 주장해 왔다.
이통 3사는 규개위 결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분리공시제가 도입돼야 한다는 업계와 시민단체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분리공시제는 무산됐지만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을 공개한다는 기본 골격은 유지된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 발품을 팔 필요가 없게 된다. 같은 제품을 100만원에 사기도 하고 공짜로 얻기도 하는 차별은 사라질 전망이다. 해외 제조사의 단말기나 공기계를 개통할 때도 요금 할인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방통위는 회의에서 휴대전화 보조금 상한선을 2010년 이후 고정된 27만원에서 30만원으로 소폭 올리기로 의결했다. 대리점·판매점이 보조금 상한액의 15%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소비자는 최대 34만5000원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법 위반 시 최대 30일간 이통사에 번호이동 가입을 중지시키는 명령을 내리고 관련 매출의 1∼2%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내용 등을 담은 고시 제·개정안은 원안대로 의결했다.
미래부는 방통위가 정한 보조금 상한선 등을 기준으로 단통법 시행을 위한 후속 작업을 곧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단통법 시행까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단 규개위의 내용을 받아들여 고시안을 확정하고, 향후 분리공시 법안을 별도로 제정하거나 법권해석을 통해 후속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보조금 분리공시제 무산… ‘단통법’ 효과 있을까
입력 2014-09-25 0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