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상처난 동심 호호 불어주는 치유의 스토리

입력 2014-09-26 03:07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황선미(51)의 신작. 따뜻한 이야기로 동심은 물론 어른들의 마음을 보듬어온 작가는 이번 책에선 구두 한 짝에 얽힌 가슴 아릿한 비밀이야기를 들려준다.

초등학교 4학년인 주경은 같은 반 혜수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괴롭힘을 당한다. 언뜻 둘도 없는 친구처럼 보이지만, 사실 주경은 혜수의 ‘마음 폭력’에 끙끙 앓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혜수는 주경에게 새로 전학 온 명인의 구두를 ‘처리하라’고 시킨다. 혜수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두렵기만 한 주경은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명인의 구두 한 짝을 창 밖으로 집어던진다. “괜찮아. 나 혼자서 저지른 일 아냐. 괜찮아. 난 이보다 더 심하게 당한 적도 있어. 괜찮아. 신발이 그것뿐이겠어.” 이렇게 생각해보지만 그날 이후 주경은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되고 만다.

작가는 이 책에서 남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상처도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커다란 응어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를 잘 치유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서도 상처 입은 어른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 작가의 문장은 담담하면서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은 주경의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