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현장-주요 교단 결정 사항 및 쟁점] 예장합동, ‘21세기 찬송가’ 사용 잠정 중단키로

입력 2014-09-25 04:23
총신대 신학과 학생들이 24일 예장합동 총회장 입구에서 여학생의 신대원 목회학석사과정 입학을 사실상 차단한 총신대 운영이사회의 결정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백상현 기자
24일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에서 사흘째 진행 중인 예장통합 총회에서 한 총대가 손을 들며 질의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24일 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열리고 있는 예장고신 총회에서 총대들이 책자에 실린 처리 안건들을 살펴보고 있다. 천안=허란 인턴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 백석, 고신,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한국침례회 등은 24일 정기총회를 속회하고 주요 안건들을 처리했다. 예장합동은 ‘21세기 찬송가’ 사용을 잠정 중단키로 결의했고, 예장통합은 목회대물림을 금지하는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한국교회 전체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예장합동(총회장 백남선 목사)=광주 남구 봉선로 광주겨자씨교회에서 열린 제99회 총회 3일째 회의에서 “‘21세기 찬송가’ 사용을 잠정 중단해 달라”는 한국찬송가공회(공동회장 이기창 김용도 목사)와 새찬송가위원회의 요청 사항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한국찬송가공회 공동서기인 윤두태 목사는 “고액의 사용료를 부담하고 (재)한국찬송가공회 관련자들의 곡과 가사 등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곡이 다수 수록돼 있어 기존 찬송가를 그대로 사용하는 데 문제가 많다”면서 “새로운 찬송가가 나오기 전까지 현재 사용 중인 ‘21세기 찬송가’ 사용 및 구입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헌법전면개정위원회의 헌법개정안은 부결됐다. 헌법개정안에는 십일조와 교회출석 등을 근거로 공동의회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어 지난해 8월 공청회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후보자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람까지도 해당 금액의 30배를 배상하도록 한 선거규정 개정안도 통과됐다. 과거에는 금품을 받은 사람만 수수 금액의 30배를 배상토록 했지만 규정을 강화해 금품 요구자로 처벌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교단지 기독신문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민찬기(58) 예수인교회 목사와 이재천(65) 대한교회 장로를 각각 임기 2년의 이사장, 사장으로 선출했다.

총신대 신학과 학생회는 총회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성의 총신대 신대원 목회학석사과정 입학을 제한한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예장통합(총회장 정영택 목사)=서울 소망교회에서 열린 제99회 총회 셋째 날 회의에서 총대들은 목회대물림 금지 신설 조항이 담긴 헌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해당 교회에서 사임(사직) 또는 은퇴하는 위임(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와 ‘해당 교회 시무장로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위임목사 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

당초 헌법개정위원회가 제출한 개정안에는 ‘해당 교회에서 이전에 사임(사직) 또는 은퇴한 위임(담임)목사 및 장로의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그러나 “사임 혹은 은퇴 이후 오랜 기간이 지난 사람에게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너무 엄격하다”는 반발에 부딪혀 이 조항은 삭제됐다. 헌법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시행되려면 다음 달 열리는 정기노회에서 65개 노회 중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를 충족하면 총회장이 공포한 후 즉시 시행된다.

투자 및 운용 관련 의혹이 제기된 총회 연금재단에 대해서는 정기총회 후 내·외부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안정적 연금운용을 위해 연금수급률을 조정하자는 청원안도 통과됐다. 총대들은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가 추진 중인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교회 새성전 건축사업 참여를 중단하자는 청원안도 받아들였다.

◇예장백석(총회장 장종현 목사)=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총회 3일째 회의를 갖고 여성목사에게는 총회 대의원이나 노회 임원자격을 부여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한 대의원은 “여성목사를 차별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백석총회의 대의원이나 노회임원이 되려면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백석의 여성목사는 2년밖에 안돼 다음 기회로 미룬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과열 선거 방지안도 통과됐다. 총회임원 후보의 선거운동기간을 15일 이내로 제한했고, 후보는 총회 한 달 전인 8월 20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이는 봄 노회에서 추천받아 6개월 이상 선거운동을 하면서 발생하는 과열 선거운동을 막기 위한 조치다. 후보는 노회나 교회, 총회 각 부서를 방문하지 못하고 식사 대접도 할 수 없다. 문자메시지 발송도 금지됐다.

사무총장 ‘추천제’는 부결됐다. 임원회는 선거과열을 막기 위해 사무총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총회에서 추인하는 안을 냈지만 대의원들은 후보와 공감대 형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자율적 세금 납부를 위한 교단 차원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불교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종교평화법(또는 종교차별금지법, 증오범죄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결의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황용대 목사)=전북 부안 변산대명리조트에서 제99회 총회를 속개하고 타 교단 및 천주교와 함께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날 오전 총무보고에서 한 총대는 “천주교와 함께하면 기장에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태진 총무는 “기장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으로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와 함께하고 있다”며 “교회연합 운동의 차원에서 하는 일이지 천주교의 신학과 교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만큼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총대들은 총무보고를 이견 없이 통과시켰다.

또 언어장애로 타 교단에서 교육을 받지 못해 위탁교육을 받으러 온 정모씨를 한신대 신대원이 거절한 사실이 보고돼 총대들의 질타를 받았다. 총회 고시위원회 심해석 위원장은 “장애가 있다고 교육을 할 수 없다면 기장에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총대들은 “어떻게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총회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총회는 한신대 신대원과 이 문제를 재논의 후 정씨의 위탁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총회장 곽도희 목사)=대전 침례신학대에서 열린 제104차 정기총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에 대한 행정보류를 유지키로 했다. 기침은 지난 2월 열린 임원회에서 한기총을 탈퇴키로 결의했기 때문에 절차상 총회 총대들의 최종 결정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총대들은 한기총의 대표회장이 교체된 현 상황과 한기총 탈퇴의 적절성을 두고 찬반 토론을 벌인 끝에 “차기 임원회에서 (한기총의) 탈퇴, 또는 활동 여부를 연구·검토해서 결정하자”는 안을 통과시켰다.

23일에는 257억여원에 달하는 부채상환을 위해 서울 오류동 총회빌딩을 매각하자는 안건을 두고 5시간 넘게 토론을 벌였지만 투표 결과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따라 기침 총회는 교단 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별도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총회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재산몰수 등을 당한 침례교단에 대한 유공단체 인증 작업을 추진하고 역사관을 조성하는 등 교단의 위상제고 방안도 통과시켰다.

◇예장고신(총회장 김철봉 목사)=충남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열린 이틀째 회의에서 예장합신과 교단 통합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합신과의 합동추진위원회’는 이날 1년간 합신 교단과 회의한 내용과 결의사항을 발표했다. 결의사항에는 ‘양 신학교간 양해각서를 체결해 교수·학점 교류 인정’ ‘교단 간 부교역자 교류’ ‘양 교단 목사·장로·여전도회 연합 수련회 개최 권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일부 총대는 행정절차에 대한 논의 없이 합신측 교역자를 청빙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양 교단 간 통합을 위해 총대들은 대승적 관점에서 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아들이고 세부사안은 추후 결정키로 했다.

총대들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연구·작성한 ‘담임목사직의 자녀승계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받고 총회 차원에서 산하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목사직 세습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합의했다.

이번 총회 가장 큰 이슈인 고신대와 고려신학대학원 문제를 다루는 ‘고신대학교 미래를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는 총대들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청원사항을 발표했다. 최정철 위원회 서기는 “대학의 구조조정과 특성화를 전제로 부산 영도와 천안의 캠퍼스를 통합하고 ‘고신대 캠퍼스 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구체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이사야 기자, 광주·천안·대전·부안=백상현 유영대 양민경 박재찬 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