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대책·장년층 고용안정] ‘장년층 조기퇴직→자영업 과당경쟁’ 악순환 고리 끊는다

입력 2014-09-25 03:31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자영업자 보호와 장년층 고용안정 대책을 설명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정부가 출혈경쟁에 내몰린 580만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았다.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들이 무분별하게 가게를 내는 것을 막고, 창업에 앞서 먼저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잠재 자영업자’인 장년 근로자들이 회사에서 밀려나는 것을 보호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데다 장년층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릴 만한 대책도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에는 생애주기별(창업-성장-퇴로) 맞춤형 방안이 담겨 있다. 창업 단계에서는 유망업종 중심으로 충분한 준비를 한 뒤 가게를 차리게 해 실패 확률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창업을 고려하는 지역의 점포 현황, 유동인구 등 정보를 제공하는 상권정보 시스템을 개선해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교육은 유망업종을 중심으로 올해 35% 수준에서 2017년 80%로 확대하고, 자금도 30%에서 50%로 지원을 늘린다. 소상공인 사관학교를 5개 신설해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교육·인턴체험·정책자금 등을 지원키로 했다. 중소기업청은 이를 위해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 253억원을 배정했다.

창업 후 성장 단계에서는 상권 관리를 통한 수익성 제고 방안이 담겨 있다. 건물주·상인·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낙후된 구도심의 골목상권 활성화를 유도하는 상권관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권관리법(가칭)을 제정키로 하고 연말까지 법안을 마련, 내년 정기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또 소공인들이 모여 있는 지역에 공동판매장, 창고, 편의시설 등을 결합한 복합시설을 구축키로 했다. 평균 금리가 연 21.6%에 달하는 제2금융권 대출을 5000억원의 정책자금을 투입해 7%대 대출로 전환해줄 방침이다.

퇴로 단계에서는 유망업종 전환과 재취업을 지원한다. 폐업한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로 재취업할 수 있게 컨설팅, 취업장려금, 채무 경감 등을 지원하는 ‘희망리턴 패키지’ 제도도 생긴다. 기존 생계형 창업에서 유망업종으로 전환 시 연간 100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컨설팅·자금을 조합 지원한다.

이번 자영업자 대책에는 장년층 고용안정 방안이 함께 담겨 있다. 일자리에 불안을 느낀 장년층이 자영업에 뛰어들어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은퇴를 앞둔 근로자들의 재취업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회사가 퇴직 예정자들에게 취업교육·알선 등을 할 수 있도록 ‘이모작 장려금’(1인당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50세가 넘으면 개인의 직장경력, 학력, 자격증 등 정보를 생애경력카드에 담아 퇴직 후 맞춤형 취업에 활용토록 했다.

좀 더 오래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에 주던 정부 지원금을 기존 1인당 840만원에서 108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사업주에게는 1인당 월 20만원의 장려금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2.4%에 달하는 자영업자 비율을 18∼19%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당장 KT와 금융권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강제 은퇴자들에 대한 대책이 없고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극복할 방안도 미흡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년층 고용불안 대책은 임금체계, 근로시간, 관행적 인사제도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양질의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경제가 좋아지게 해서 만들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