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보이는 큰 호텔이 하룻밤 묵는 데만 20만원이래요.”
지난 19일 오전 ‘청정14호’가 전남 여수 오동도 입구 선유장(船留場)으로 향하는 동안 해양환경관리공단 여수지부 소속 김승철(49) 선장이 우뚝 선 특급호텔을 가리켰다. 이 선유장은 특급호텔이 지척이고 관광객의 왕래가 가장 잦은 곳이지만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가 조류를 타고 전부 모여드는 곳이기도 하다.
배가 닿자마자 직원들이 뭍에 내려섰다. 작업 장비라고는 목장갑과 마스크, 운동화뿐이다. 썰물로 드러난 바닥에는 페트병, 고무대야, 두부용기, 라면봉지, 잡목, 슬리퍼까지 다양한 쓰레기가 가득했다. 언제 버려졌는지 짐작도 어려울 만큼 썩고 더러운 것들이 많았다. 물에 젖은 쓰레기들의 악취가 바다 비린내와 섞여 참기 힘든 냄새를 풍겼다. 직원들은 기계 같은 손놀림으로 쓰레기를 그물 위로 휙휙 집어던졌다.
그물에 가득찬 쓰레기는 청정14호에 실린 뒤 76t급 청방선 ‘여청호’로 옮겨진다. 2011년 건조된 여청호는 청소와 방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특수 선박이다. 전면에 설치된 필터벨트가 해수면으로 내려가 에스컬레이터처럼 돌아가며 쓰레기를 배 위로 길어올리는 식이다. 올라온 쓰레기는 벨트 아래 초록색 그물 위에 모인다. 청정14호 같은 보조작업선에 실려 온 쓰레기도 여청호 크레인이 정리한다.
여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미항이지만 해양쓰레기 양으로도 전국 상위권을 다툰다.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와 더불어 수초나 부서진 나무들도 불청객이다. 비가 오면 2∼3일에 걸쳐 한꺼번에 몰려드는 쓰레기들은 주로 섬진강을 타고 떠내려 온다. 이어 간조 때 다리 밑이나 부두 구석으로 밀려들어갔다 물이 차면 바다로 나온다. 구석까진 청방선이 접근할 수 없어 1.5t짜리 보조 작업선을 타고 일일이 뜰채로 건져내거나 손으로 주워야 한다.
올여름엔 마른장마 덕에 작업이 수월했다고 한다. 장마나 태풍 직후에는 1시간여 만에 4t의 쓰레기를 수거하기도 한다. 여청호 최영욱(55) 선장은 “여름이 끝난 직후 쓰레기가 집중돼 업무량이 많고 날씨가 안 좋으면 배 접근 자체가 힘들어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해양환경관리공단 여수지부의 하루는 오전 7시30분 당직자가 오동도-하멜등대-해양공원 해안을 따라 걸으며 바다 위에 떠 있는 쓰레기를 모니터링하면서 시작된다. 이렇게 순찰을 돈 뒤 오전 9시부터 직원 4명이 여청호를 타고 수거 작업에 나선다. 수거작업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주민들이나 관광객으로부터 민원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유엔은 2011년 ‘플라스틱 해양쓰레기’를 새롭게 대두되는 지구적 환경 위협 요소로 지적했다. ‘2013년 국가해양쓰레기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안 20곳에서만 총 3만9642개, 10t 분량의 해양쓰레기가 수거됐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의 해변 퇴적률은 유럽의 1.3배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제2차 해양쓰레기관리기본계획’을 시행한다. 현행 27%인 폐(廢)스티로폼 회수율을 2018년 8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고 현재 4개 광역지자체에서만 실시하는 해안쓰레기 수거사업도 11개 전체 지자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25일에는 충남 보령 대천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가 열린다.
여수=글·사진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국가대표 美港’ 앞바다에 쓰레기 둥둥
입력 2014-09-25 04:22 수정 2014-09-25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