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지원, 역할 뒤바뀐 듯한 민·관] 기술보증 대출 팔걷은 民

입력 2014-09-25 03:35
은행들이 기술금융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관련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기술 평가를 위한 조직 신설 등에도 적극적이다. 정부 입맛에 맞춘 행보란 비판도 있지만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이란 평가도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우리창조 기술우수기업 대출’을 선보였다. KB국민은행도 지난 1일 ‘KB기술창조기업 우대대출’을 비롯한 기술금융상품 3종을 내놨다. 신한은행도 ‘TCB우수기업대출’을 통해 우수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 집계를 보면 지난 7월 시작한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을 통한 은행권 대출은 두 달 만인 8월 말 현재 1조1400억원에 달한다.

기술금융 전담을 위한 조직도 꾸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주요 업종의 산업 현장 기술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기술평가팀을 운영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산업기술평가팀 10명, 기술전담심사역 24명 등 34명 전담인력을 배치했다. 일부 은행은 일선 영업점의 기술금융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핵심성과지표(KPI)에 기술금융 평가항목을 넣고 있다.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기술금융 실적을 KPI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런 움직임은 박근혜 대통령의 보신주의 질타 이후 금융당국의 압력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수원 광교 테크노밸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수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들이 보수적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또 “향후 기술금융 우수 은행을 선별하기 위한 모형을 도입해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는 은행별 기술금융 실적 등급 평가 결과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다. 은행들로선 리스크 부담을 안고서라도 기술금융을 확충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술금융이 어려운 금융 여건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일인 만큼 기회가 이쪽에 있는데 은행들이 준비하는 건 당연하다”며 “체계가 잡히고 5∼10년 후엔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